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장을 질서있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인간은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국가를 만들고 법을 만들었다. 이러한 법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법적 안정성(法的 安定性)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법적 안정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고, 삶과 거래를 준비하도록 해준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보수화되고 현실과 법규의 괴리와 법규의 타당성이 결여되어 사문화되거나 불법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실성이 떨어진 법규는 인간다운 삶이나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기술의 발전이나 변화를 저해한다.

정보 통신 기술을 의료시스템에 도입하고자 하는 원격진료 문제는 10여년 이상 논쟁을 하고 있지만 변화된 것이 없다. 코로나 19와 관련하여 미국의사 68%가 원격진료 확대하겠다고 하고, 중국에는 원격의료 전문 의사가 25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매달 혈압약을 처방받기 위해서 병원에 가지만 진료 상담을 받는 시간은 1분도 되지 않는다. 1분 상담을 받기 위해 최소한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진료비보다 더 많은 주차료를 내야 한다. 코로나 19가 만연된 지난해 이후 병원 가는 것이 더 큰 심리적 부담을 준다.

지난달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규제가 있기 전까지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전동 정돈 퀵보드는 하나의 오락이면서 매우 편리한 이동 수단이었다. 택시 기본요금이 2㎞ 기준으로 4,000원에 달하나, 전동 퀵보드를 이용하는 경우 1,000원 미만이면 된다. 지금의 법규는 퀵보드 이용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이용을 통제하는 방향으로만 규제하고 있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투자의 귀재라 하는 버핏이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를 미국 전역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환경과 탈원전이라는 명분으로 원자력 산업을 고사시켰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국가들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신기술과 기존 체제와의 갈등에서 신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여 관련 산업의 발전을 고사시키지 않고 공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쟁에서와같이 관련 산업을 고사시켜서 회생의 가능성까지 말살시키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은 1시간이 아닌 1분에 처방전을 받고, 500원 1,000원으로 2㎞를 가고, 저렴하게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권리를 법의 안정성이라는 명분으로 가로막고 있지만, 그 내면을 보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법을 지배하는 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존재하는 한 4차 산업 혁명에서 우리는 백신을 구걸하는 위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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