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데에 산만큼 좋은 장소도 없다. 여느 이름 없는 산일지라도 등성이를 따라가면 곱게 숨겨놓은 절경을 만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반드시 적잖은 시간과 체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충주의 터줏대감인 심항산과 계명산을 오르내리며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뼈마디 깊숙이 새겼다. 동네 뒷산처럼 막연히 만만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인지, 생각보다 사람의 발길을 배려하지 않는 산세에 금세 땀범벅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단 한 방울의 땀도 아깝지 않았다. 산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뿐 아니라, 정직한 노력에 정직한 결과가 따라온다는 사실도 가르쳐 준다. 과연 충주의 산들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아름다운 풍경과 마음의 휴식을 선사해 주었다.

산이 주는 선물에 한껏 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작게나마 충주시 관광산업의 한몫을 담당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업무의 일환으로 찾아온 마당에 즐기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덩어리도 팔아야 될 사람에겐 고민거리라고, 천혜의 멋을 앞에 두고 나도 모르는 사이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곳을 어떻게 관광 명소로 만들 수 있을까?’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품고 있는 소망이지 싶다.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무엇을 더할까?’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이 흘러간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으로 머릿속에 펼쳐지는 충주시의 풍경은 점점 복잡해져 간다. 한참 머리를 굴린 끝에 나온 결과물은 대체 어디가 충주다운 것인지 모르겠는, 온갖 유행하는 인공 구조물들의 난잡한 혼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답답한 마음에 생각을 멈추고 다시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거기에는 변함없는 시원한 산 풍경이 나를 위로해 준다. 그제야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여기에 무엇 하나 더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관광이라 하면 흔히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것을 더한다고 해도 지금 우리 충주가 가진 고유한 매력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왕에 그렇다면 ‘더 가까이, 충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 지역의 담뿍 담긴 자연향취를 누구나 더 가깝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는 것도 좋은 관광 전략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의 유별난 경험보다는 생각할 때마다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 일상의 곁에서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려주는 곳, 자연이 주는 싱그럽고도 포근한 추억에 위로받는 곳으로 충주가 알려지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 어느새 산행을 마쳤다.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는 도인마냥 멍한 기분에 잠겨있던 나 자신의 모습이 괜스레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히 벅찬 감정이 올라온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낭만이 있는 품격도시 충주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는 마음으로 또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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