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뛰었다. 앞서 4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2개월 연속 2%대 오름세는 지난 2018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더욱이 5월 2.6% 상승은 2012년 4월(2.6%) 이후 9년여 만에 최대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물가 흐름은 석유류(23.3%)와 농축수산물(4.0%) 가격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 이 두 품목의 지난달 물가 기여도는 1.8%포인트(p)에 달한다. 전체 물가 상승률(2.6%)에서 70%가량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지난 4월의 경우 이 수치는 1.5%p로 65%의 기여도를 보였다.

특히 석유류는 지난해 5월 저점(-18.7%)을 찍었던 기저효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30.5달러에서 66.3달러로 2배 넘게 뛰었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천255원에서 1천541원으로 올랐다.

농축수산물의 경우는 봄배추, 조생양파, 봄대파 등 봄작형 채소류 출하로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역시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 5월 농산물은 전달 17.9%에서 16.6%, 축산물은 11.3%에서 10.2%, 수산물은 0.6%에서 0.5%로 가격 상승 폭이 줄었다. 다만 1년 전 가격에 비해 파(130.5%), 마늘(53.0%), 달걀(45.4%), 고춧가루(35.3%), 쌀(14.0%), 돼지고기(6.8%) 등은 아직 비싼 편이다.

정부도 물가의 고공행진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에 농·축·수산물 가격 폭등, 높은 유가까지 겹친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 오는 3분기 계란 공급량 회복, 4분기 쌀·사과·배 수확기 도래 등을 이유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하면서 상승 폭이 더는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하반기부터 기저효과가 일부 완화되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찮다. 물가 상승은 우리만이 아닌 세계적 추세다. 4%를 넘어선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 대부분 2% 이상 상승했다. 백신 접종 확대로 경기가 풀리면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인플레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이 금리를 높이면 외국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한국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어려운 살림을 꾸리고 있는 서민들은 물가와 이자가 급속히 오르면 버텨내기 어렵다.

정부는 낙관론만 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물가관리대책으로 달걀 수입 물량 확대, 정부 원자재 비축 물량 방출, 긴급할당 관세지원 연장, 가공용 쌀 추가 공급, 돼기고기 할인 판매 등을 내놓았지만 물가안정 효과가 기대만큼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서민들의 한숨을 덜 당국의 현명한 물가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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