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우선 이 글이 특정범죄에 관해 선처를 촉구하거나 그러한 범죄의 여지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여기 두 종류의 범행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즉시 구호조치를 취했으나 사망에 이른 사건과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피해자가 살아있을 수 있었음에도 전혀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사건입니다. 전자가 소위 음주사망이라고 부르는 ‘위험운전치사죄’이고 후자가 소위 뺑소니라고 부르는 ‘도주치사죄’에 해당합니다. 둘 다 모두 지탄의 대상은 맞습니다. 사실 형벌에 정하고 있는 모든 범죄는 사회적으로 ‘금지된 행위’인 것이니 모두 지탄의 대상인 것이지요.

하지만 굳이 법적인 시각에서 죄질을 살펴보자면 사고를 야기한 자가 전혀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로 하여금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고, 끝까지 그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치료비 등의 손해전보의 기회조차 상실될 위험을 초래한 도주치사죄가 더 나빠 보입니다. 실제 과거 교통전담부에서 1년 간 국선변호를 해 본 경험에 의하면, 법원의 선고형 또한 위험운전치사 보다는 도주치사를 더욱 무겁게 처벌했습니다.

그러다가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비난여론이 높아지면서 법 개정을 통해 처벌이 강화되면서 그 법정형의 역전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즉 최근의 위험운전치사죄의 선고형의 추이를 보면 5년은 보통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7~8년까지의 실형이 선고되고 있습니다. 반면 도주치사죄의 경우 특별한 양형의 변동요인이 없었기에 초범을 기준으로 3년 정도의 실형 내지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및 그 도주의 양상 등에 비추어 집행유예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보다 경한 범죄의 선고형이 중한 범죄의 선고형을 훨씬 초과하는 형벌의 균형성의 파괴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에 자칫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사고를 낸 운전자로 하여금 어차피 사고가 난 것 차라리 도망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검거되기는 하겠지만 하루 이틀만 잘 버티면 적어도 음주사실은 피하고 도주치사죄만 적용받자는 것입니다. 구호조치를 취하다가 음주사실이 들통날 경우에 비해 잘만하면 적어도 몇 년 정도는 줄일 수 있고 잘만하면 집행유예도 가능하기에 충분히 시도해 볼 일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에만 몰두한 나머지 다른 법률과의 균형성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생략한 결과 음주운전 중에 사고를 낸 경우 차라리 도망가라는 조언을 해야 하는 슬픈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법익 균형성의 관점에서 음주운전을 엄히 처벌하게 한 이상 그것이 사회적 합의라면 도주치사죄의 처벌도 엄격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거나, 지나치게 높아진 음주운전에 대한 형벌을 일부 수정하는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합니다. 누가보아도 잘못된 이 현실에 대해서 균형성의 관점에서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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