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요(堯)는 전설로 전해져오는 상고시대 대륙의 임금이다. 임금이라 하지만 사실은 도당씨 부족의 족장이며 부족 연합의 우두머리 정도였다. 사마천은 삼황오제(三皇五帝) 편에서 구전으로 전해져오는 요에 관한 전설을 처음 기록하였다. 유교에서 요는 특별히 추앙받는 인물이다. 다음 임금인 순(舜)과 함께 이른바 요순(堯舜)이라 하여 태평성대를 이룩한 성군(聖君)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장자(莊子)’에는 요에 관해 전해져 오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요임금이 변경지역을 둘러보게 되었다. 혹시라도 외부에서 수상한 자들이 쳐들어와 백성들을 괴롭힐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요가 순행을 나서자 변경을 지키는 하급 관리가 예를 갖춰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임금이시여. 만수무강하시옵소서!”

그러나 요임금은 인사를 받지 않았다.

“그런 인사라면 사양하겠소.”

그러자 관리가 말을 바꿔 인사를 했다.

“임금이시여, 그러면 부자가 되시옵소서.”

하지만 요는 그 인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인사라면 나는 받지 않겠소.”

그러자 관리가 다시 말을 바꿔 인사를 했다.

“임금이시여, 그러면 아들을 많이 낳아 대대손손 번창하소서!”

그러나 요는 그 인사도 받지 않았다.

“자식을 많이 두는 것이라면 나는 거절하겠소.”

갑자기 관리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백성들은 일상생활에서 이런 인사를 주고받으며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데 어떻게 임금은 이런 인사를 거절하는 걸까? 관리가 그 이유를 묻자 요임금이 대답하였다.

“자식이 많으면 행여 그중에 못난 자식이 있어 그것이 평생 걱정의 씨앗이 되니 원치 않는 것이고, 남보다 재물을 많이 가진 부자가 되면 쓸데없는 일들이 많고 인생이 번거롭고 힘드니 원치 않는 것이고, 아무리 뛰어난 인물도 남보다 오래 살면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판단도 아이와 같아지니 욕먹고 살 것이 아니오. 그래서 나는 원치 않는 것이오.”

관리가 그 말을 듣자 너무도 답답하여 예를 벗어나 대꾸하였다.

“당신은 성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주 속이 좁은 사람이었구려. 자식이 많으면 각각 좋아하는 일을 시키면 될 것이고, 재산이 많으면 형제와 친척과 이웃과 나누어 가지면 될 것이고, 오래 살면 행동을 조심하고 분수를 지키면 될 것인데 그것이 뭐가 걱정이란 말이오.”

수즉다욕(壽卽多辱)이란 오래 살면 판단이 흐려져 욕먹는 일이 많다는 뜻이다. 건강하고 온전할 때 누구를 만나든 설렁탕 한 그릇이라도 사주며 이야기하면 욕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빛나는 경험이라 해도 말로만 떠들면 잔소리로 여길 뿐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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