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사전에 의하면 교육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줌’이라고 한다. 이 교육은 크게 학습자, 교사, 교육내용의 3대 구성요소로 이루어지는 데 전통적 교육에서는 이 가운데 교사의 역할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이에 선생에게 무한한 권위를 줘서 학생과 사람들은 선생을 스승으로 존경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선생이 무한한 존경의 대상이지만 선생 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훈장집 뒷문’이란 속담처럼 서당 훈장은 먹고 입는 것도 조심하여 생활에 필요한 것을 뒷문으로 반입해야만 했다.

스승은 제자 앞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해서도, 먹고 입는 것도 과해선 안 된다. 공자(孔子)는 제자인 자로(子路)가 곁에 있는 줄도 모르고 배고프다고 한마디 말한 것을 오랫동안 후회하였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정한 스승은 제자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여 자신을 탓하고 있다.

폭군 네로의 스승인 철학자 세네카는 네로 때문에 고통받는 로마인의 아픔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스스로 팔다리를 자른 뒤에 열탕에 들어가 죽었다.

이처럼 선생이 스승이 되기 위해서 자기의 생명까지 버리니 선생에 대한 존경은 무한하였다. 율곡(栗谷)의 `학교모범(學校模範)'에서는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를 봐서 안 되고, 선생 앞에서는 개를 꾸짖어서도 안 되고, 스승과 겸상할 때는 7푼만 먹고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폭군 연산군도 세자였을 때 스승인 조지서(趙之瑞)가 폭정을 경계하고 꾸짖는 것을 증오하였지만, 어떠한 행패로 부리지 않고 단지 대자보에 ‘조지서는 큰 소인이다’라고 써 붙였다고 한다.

인격을 길러주는 좋은 교육은 좋은 선생에서 나오고 좋은 선생은 선생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경할 때 만들어지게 된다.

오늘날 이러한 선생의 권위는 과거와 같이 전통이 아닌 법과 제도가 보장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생의 권위를 보호하고 인정하기보다는 그 권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그것을 민주적 교육이고 올바른 교육인 것처럼 생각한다.

엊그제가 스승의 날이었다. 존경의 마음으로 카네이션 한 송이 받을 수 없는 스승의 날로 만드니 스승의 날을 없애고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하니 우리나라는 영국의 국립경제·사회연구기관(National Institute of Economic and Social Research)과 바키 재단(Varkey Foundation)이 조사한 GTSI(글로벌 교사 지위지수)가 2018년 35개국 가운데 6위로 높지만, 학생들의 선생에 대한 존경은 2013년 조사 대상 가운데 21위로 꼴찌이고, 2018년에는 35개국 가운데 26위로 하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 조사는 선생에 대한 존경과 교육의 결과인 PISA(국제학생 성취도평가)가 긍정적인 상호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를 감안할 때 우리의 교육 개혁은 교육 내용만큼 교사의 권위를 지키는데도 관심을 가져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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