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내가 자주 가는 반찬가게에는 항상 큰 냄비와 도시락통을 들고 와 반찬을 받아 가는 아주머니가 있다.

한 번은 그 아주머니께 “아주머니, 집에서 냄비 들고 와서 국 가져가려면 아주 번거롭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아이고, 일회용 가져가서 버리는 게 더 일이야”라고 대답했다.

아주머니가 “번거로워도 환경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버리는 게 더 불편한 일”이라고 하니 처음에는 아주머니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회용품은 생활 편리를 위해 나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 가만 생각을 해보니 일회용품을 버리는 것도 일이 될 때가 많았다. 대부분의 포장과 배달 용기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기엔 너무 크다. 분리배출을 하려고 설거지를 해보지만 ‘플라스틱에 음식 양념이 뱄는데 재활용이 되려나?’ 마음 한쪽이 불편하다.

배달 음식을 먹을 때는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는데 다 먹고 나면 용기를 처리할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 한 번은 일회용품 버릴 생각에 배달 음식을 안 시킨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반찬가게에 냄비를 들고 가 국을 받아봤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집에 있는 용기에 반찬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익숙해지면 이 방법이 음식 보관하기 더 편하다고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 동네 반찬가게뿐만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 ‘노(NO) 플라스틱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노(NO) 플라스틱 가게’는 일회용품을 취급하지 않는 가게로, 그곳에서 음식을 포장하려면 집에 있는 냄비, 프라이팬 등을 가져가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려는 개개인의 공감대가 형성돼 새로운 형태의 점포가 생긴 것이다.

‘노(NO) 플라스틱’ 캠페인을 환경을 위해 동참하는 사람이 많지만 반찬가게 단골 아주머니와 나처럼 일회용기 버리는 게 더 불편해서 동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환경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 일거양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 음식 주문 거래액은 지난해에 비해 78%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만큼 일회용품 처리에 대한 많은 사람의 스트레스도 누적됐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회용기를 들고 테이크아웃 점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냄비를 들고 가게로 가는 첫걸음이 어색할 뿐이지 한번 해보면 일회용품이 생활의 편리함이 아닌 불편함이라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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