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장기화로 피로감 쌓이고 있는 교사들
잠옷 입은 학생·이마만 보여주는 학생도 있어
느린 인터넷·프로그램 오류 등으로 불참하기도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얘들아 카메라 좀 켜서 얼굴 좀 보여주겠니.”

충북 청주시 A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원격수업이 있는 날이면 수업 전부터 서두른다.

원격수업 시작부터 학생 화면의 반 이상이 까만색이기 때문에 항상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켜달라고 수차례 얘기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등교수업의 경우 1분이면 끝날 출석확인이 길게는 20분 이상 걸리는 날도 있어 수업에 차질이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켜지더라도 늦잠을 자서 잠옷을 입고 나타난 학생, 눈이 반쯤 감겨 있거나 이마만 보여주는 학생들도 있다.

모든 학생의 카메라가 켜지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맞추려고 하지만 인터넷 속도나 프로그램 오류 등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교사들의 피로감도 더 커지고 있다.

수업 중에는 카메라에 비친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되고 혹여나 목소리가 작아 들리지 않을까 온라인 수업 중에도 수차례 얘기해야 한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져 학생들에게 송출되는 화면은 끊기고 교사들의 목소리만 나오는 경우도 있어 매번 학생들에게 수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도 물어봐야 한다.

도내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1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나면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많아 등교수업보다 몇 배 이상으로 체력소모가 심하다”며 “학생 중에는 얼굴이 나오는 동영상을 찍어 수업시간에 거짓으로 화면에 송출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몰래 밥을 먹거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등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교사들도 수업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쌍방향 수업의 교권침해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지난 3일 공개한 교권침해 사례에 따르면 학교 교사 1천34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55.2%가 원격수업 관련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내용(중복응답) 중에는 ‘쌍방향 수업 시 개입 등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간섭’(55.3%)과 ‘다른 교사 수업 활동과 비교하는 민원’(54.1%)이 가장 많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온라인 맘카페나 학부모톡방에 수업화면을 유포하는 등 교사들의 교권침해가 도를 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내 또 다른 교사는 “학부모님들 중에는 가끔씩 학생의 수업을 옆에서 듣고 수업을 제대로 안한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 교사들도 쌍방향 수업에 많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격수업이 필수가 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교권침해 등에 대한 법률개정이나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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