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가 되면서 그동안 맡아왔던 법사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다. 지난해 이어 법사위원장 갈등이 재점화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번 기회에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을 전면 재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돌려주지 않는 것은 장물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경한 입장이다. 여차하면 실력행사라도 하겠다는 의지다.

반면에 민주당은 후임 법사위원장에 3선의 박광온 의원을 내정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며 여야 협상 없이 박 의원의 법사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태세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 “법사위를 제외한 다른 상임위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여지를 둬 눈길을 끈다.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얘기인데 법사위원장 만큼은 여야 모두 물러설 기미가 없어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의 상황은 지난해 5월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때와 비슷하다. 당시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을 주지 않으면 다른 상임위원장도 포기하겠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결국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 차지하는 계기가 됐다.

비록 야당의 몽니로 빚어진 사태지만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국회 전반기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같은 문제로 똑같은 소모적 논쟁을 되풀이해야 하는가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여야가 법사위원장에 집착하는 까닭이 이해되기에 더욱 그렇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입법 과정에 최종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소관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은 모두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오를 수 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때문이다. 한데 이 권한이 부작용을 초래하기 일쑤다. 다른 상임위에서 합의된 법안을 뒤집거나 지연, 폐기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야당이 여당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법사위원장 쟁탈전이 치열한 이유다.

법사위가 국회 안에서 ‘상원’ 노릇을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런 사정으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폐지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실패했지만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법사위의 과도한 기능을 재편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법사위원장 공방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게 뻔하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것은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법 찾기다. 국회 개혁을 위한 논의부터 해야 한다. 법사위 기능 개편에 대해서는 여야 공감대도 있으니 서로 마음만 먹으면 금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시국에 국민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시급한 민생 현안이 산더미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식상한 국회보다는 제발 생산적인 국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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