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로 12조원을 납부케 됐다. 또 유산 가운데 1조원을 기부하고, 고인이 소장해온 고가의 미술품도 대거 기증할 것으로 밝혔다.

비록 세법에 따른 납부이긴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재벌들이 유산 상속 과정에서 이런 거액의 상속세를 낸 적이 없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투명해졌고, 삼성가도 그런 변화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번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를 계기로 재벌들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관행을 바로잡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속세는 2018년 별세한 구본무 LG회장 유족의 9천215억원이었다. 이번 삼성가의 상속세 12조원은 사상 최고액이다.

우리나라 전체 상속세 세수가 연간 3조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다 보니 삼성전자가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액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외국의 부호들은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비중이 크고 유족 상속분은 상대적으로 적게 납부하는 세무관행을 보면 한국 일등기업의 이번 상속세 납부는 극히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삼성가는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의 상속세를 1조원을 사회에 기부하고, 수 조원의 가치가 있는 2만3천여점의 미술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7천억원, 소아암이나 각종 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는 어린이들을 위해 3천억원을 써달라고 했다. 유족이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재단을 만들어 기부 시늉을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기부를 한 것이다.

상속세의 활용에 대해서도 나름 고민을 하며 상속세 쓰임새를 밝힌 것도 또 다른 기업문화의 이미지를 보여준 것 같다.

창업주로부터 기업을 승계받는 국내 대기업 사주들은 자신들이 만든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하는 식의 편법으로 턱없이 적은 상속·증여세를 내고도 오히려 기업 지배력은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최근 3년간 국내 상속세 합계(10조6천억원)보다 많은 이번 삼성 일가의 막대한 상속세 납부는 이런 논란의 고리를 끊고 기업의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고인의 약속대로 이번 삼성 일가의 기증으로 우리 국민은 동서고금의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게 됐고,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상속세가 폐지되는 상황을 고려해 이번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가 주는 의미는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캐나다 등 OECD 국가중 15개국이 상속세를 아예 폐지했고 북유럽 대표적 사회복지국가인 노르웨이, 스웨덴도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율은 15%에 그친 것을 볼때 이번에 삼성가가 납부하는 26조원에 달하는 이 회장의 유산 중 60%가 세금으로 납부되거나 사회에 환원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우리나라 일부 국회의원도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 상황에 상속세 증여가 국민에게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감안해 다른 기업들도 왜 삼성이 한국의 일등기업이고 한국경제의 20%를 감당하는 일류기업인 줄을 깨달아 기업윤리와 사회환원에 국민 지지를 받는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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