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근 들어 청와대 게시판까지 올라오며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 징병제 문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로 전환하자며 40~100일간 남녀 기초 군사훈련을 하자고도 주장했다. 같은 당 김남국, 전용기 의원도 군 가산점제 부활을 거론했다.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록 나흘 만인 지난 20일 현재 13만명 이상 동의했다. 권인숙 의원은 ‘징병제는 여성 차별의 근원’이라며 모병제 도입을 서두르라고 반박했다. 이같이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먼저 병역의 의무에 대한 공정성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그간 오래된 문제의식이었으며, 군 복무를 한 남성들에 대해 보상이 미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여성징병제 논의가 ‘강하고 효율적인 국방’보다는 ‘기계적 평등’ 또는 ‘남성 표심 잡기’ 측면이 더 크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소모적 논란이라는 지적이다. 사실상 여성 징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성 징병을 요구하는 헌법 소원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금까지 다섯 차례 있었다. 2010년, 2011년, 2014년에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3조 1항이 성차별적’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그러나 세 번 모두 재판관 전원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두 번의 소원 제기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군가산점제는 여성, 장애인 등이 공직에 입직할 기회를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국제 인권 기준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이는 한국군은 국방개혁 2.0에 따라 18개월 의무복무를 기반으로 2022년까지 총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고 있는것과 관련 장교와 부사관을 제외한 매년 병 입영 소요(해마다 병으로 입대해야 하는 남성의 수)는 20만명인데, 다가올 미래에는 이 숫자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이유다.

실제 여성계 일각에서도 여성징병제에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입대하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면 이미 군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군들이 더 힘을 받게 돼 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으며,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도 남성과 같은 군 복무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물론 저출산 탓에 20년 뒤쯤에는 신병 수급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같이 징병제든 모병제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도입 논의는 불가피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민주당 일각에서 여성 징병제를 들고 나온 이유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이남자’(20대 남자)를 달래기 위한 방책이라는 점이다. 당의 위기를 젠더 문제로 돌리는 행태가 순수해 보이지 않고 무슨 정치적 술수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실제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남성의 상대적 불이익 등을 집중 부각하면서 성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기저에 남녀갈등 문제가 깔렸다는 분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가적 안보 등을 바탕에 둔 대안 제시라기보다는 여성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반감이 배경이라는 뜻이다. 논의의 전개 양상이 합리적이고 건전하기보다 갈등과 대립으로 향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이 불붙인 여성 징병제 논의는 성대결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문제로 지적이다. 실제로 해당 청원글이 급속도로 동의 인원을 늘린 데에는 남성들이 주로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뤄진 ‘화력지원’ 영향이 적지 않다. ‘안티페미니즘’ 등을 기치로 한 일부 커뮤니티에서 실시간 현황을 전달하며 동의를 재촉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단언하건대 여성징병제와 관련해 군가산점제 등 해묵은 성대결이 재연되는 것은 국력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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