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호랑이와 생쥐는 크기가 많이 다르다. 삼척동자, 아이라도 그 힘과 크기를 금세 알아차릴 만하다. 호랑이와 생쥐에 자신을 비유한다면 어떤 사람이 자신을 호랑이라고 생각할까. 생휘라고 생각하는 이는 또 어떤 이유 때문일까. 사람은 한 부분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이니 아마도 호랑이와 생쥐 사이의 어디쯤에 있지 않겠냐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인도의 옛이야기를 또 다른 깊이와 맛을 가미해 멋진 그림책으로 엮어낸 작가는 마샤브라운 이다.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로 번역되어 오랜 시간동안 함부로 교만하지 않아야 할 진리를 드러내고 있는 그림책이다.

한 도사가 크다는 것과 작다는 것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었다. 어는 날 작은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났는데 갑자기 까마귀가 생쥐를 낚아채려 하자 달려가 생쥐를 구해준다. 안심도 잠시,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나 또 생쥐가 위험해지자 도사는 생쥐를 얼른 힘센 고양이로 변신시켜 준다. 밤이 되어 또다시 사나운 개가 짖어대자 도사는 쥐를 커다란 개로 바꿔놓는다. 배고픈 호랑이가 개에게 달려들자 도사는 개를 멋지고 힘센 호랑이로 바꾼다. 생쥐가 변신한 호랑이는 하루 종일 숲속을 돌아다니며 힘을 과시하며 으스대고 의기양양하게 다른 동물들을 괴롭힌다. 도사는 전에 있던 일, 생쥐였던 시절을 생각하라며 호랑이로 변신한 생쥐를 꾸짖는다. 내가 없었다면 넌 여전히 약하고 힘없는 한 마리 생쥐일 뿐이니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이른다.

여러 동물 앞에서 으스대던 생쥐였던 시절보다 호랑이인 현재가 좋아서 그 말이 기분 나쁘고 다른 동물 보기도 창피해진다. 호랑이가 되어 갖게 된 힘과 으스대는 생활이 좋아서 도사가 베푼 은혜는 까맣게 잊는다. 호랑이는 그 누구도 자신이 예전에 생쥐였다는 말을 못 하게 하리라 다짐하고 그런 말을 하는 놈은 아예 죽여버리겠다고까지 생각한다. 호랑이의 생각을 알아차린 도사는 배은망덕한 호랑이를 다시 생쥐가 되게 한다. 멋지고 힘셌던 호랑이에서 겁 많고 보잘것없는 생쥐로 돌아가자 생쥐는 숲속으로 달아나 다시는 보이지 않게 된다. 도사는 앉아서 생각한다, 크다는 것과 작다는 것에 대하여.

책의 그림은 목판의 거친 표현으로 자연의 위대함과 여러 생명체의 미약함을 훌륭하게 표현해 냈고, 판화의 여러 기법으로 입체감을 주어 동물들의 감정을 잘 살려냈다. 큰 것과 작은 것이 의미하는 바는 중의적일 것이다. 덩치가 크고 힘이 큰 외양의 크기와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아는 크기도 있을 것이다. 함께 어울려 살기에 크고 작은 것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어떤 것을 얻었을 때 보통의 사람들은 그 과정을 잊기 쉽다. 교만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그 힘을 그르게 사용하게 된다. 심지어는 권력을 잡게 되면 절호의 기회로 여겨 온갖 특권에 사리사욕을 먼저 채우고, 또 다른 권력을 더 갖기 위해 진흙탕 싸움도 불사한다. 호랑이도 생쥐도 아닌 처지에서는 호랑이 대열에 오르려고 아우성치기도 한다.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치관은 흔들리고 앞사람들이 밟았던 과실보다 더 엄청난 욕심을 부리며 과정은 당당했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이야기 속 도사는 바람일 뿐 힘을 휘두르지 않도록 훈계하고 제자리로 돌려놓을 규제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생쥐를 호랑이로 만들 도술부리는 도사 대신 물질과 권력은 생쥐를 호랑이처럼 거들먹거리게 만들 수단이 된다. 힘세지는 게 목표가 되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될 수 있다. 힘이 없어도 주눅들지 않을 일, 힘이 있을 때 어떻게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는 아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하다. 힘 너머의 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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