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걷다, 숲을 산책하듯
미술관을 걷다, 숲을 산책하듯
  • 김정애 기자
  • 승인 2021.04.20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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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몸 미술관, 30일까지 ‘소리 없는 숲’ 展
이종목 작가 등 7명 참여…회화·사진 등 20점 전시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오는 30일까지 제1전시장에서 ‘소리 없는 숲 展’을 전시한다. 왼쪽부터 전시장 전경, 우동수 作 ‘山’, 2003, Archival Pigment Print, 150 X 120cm, 이종목 作 ‘老子39장’, 2016, 종이 위에 먹, 67X134cm.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오는 30일까지 제1전시장에서 ‘소리 없는 숲 展’을 전시한다. 왼쪽부터 전시장 전경, 우동수 作 ‘山’, 2003, Archival Pigment Print, 150 X 120cm, 이종목 作 ‘老子39장’, 2016, 종이 위에 먹, 67X134cm.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스페이스몸 미술관(청주시 흥덕구 풍년로 162)은 제1전시장에서 우동수, 천성명, 김호득, 임동식, 이종목, 주명덕, 지요상 작가의 작품 ‘소리 없는 숲 展’을 오는 30일까지 전시한다.  

전시작품은 작가별 회화 8점, 사진 7점, 입체 5점 등 총 20점이다.  

전시 주제인 숲은 인간에게 있어 삶의 토대이면서 심신의 안정과 회복을 제공한다. 휴양, 산림욕, 산책 등이 연상되는 휴식 장소로 인공으로 인한 폐해를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를 기획한 황신실 큐레이터는 기획의도에 대해 “숲은 대표적인 자연으로 미술뿐 아니라 많은 예술작품에서 소재로 다루어지는 대상이다. 인간이 숲을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치유의 효과는 예술 작품의 성취 목적과 같은 향유의 태도와 유사하기 때문”이라며 “출품된 작품은 직접적으로 숲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자연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동수 작가는 자연 풍경을 주로 촬영하는 사진가다. 작가는 인간이 인지하는 현실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 우리가 오래전부터 망각한 사진적 현실을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사진으로 재현하기 위해 특수카메라를 사용하거나, 왜곡을 허락하지 않는 전지밀착인화방식을 선호하고 파노라마 사이즈를 선택한다. 색이 소거된 흑백의 ‘산山’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수수께끼 같은 천성명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과거 작품을 이해해야 전시된 작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창백하고 우울하고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자아상이 분리된 신체나 변형된 형태로 표현된다. 여느 조각 전시와는 다르게 배경과 음악을 함께 연출해 관람객은 연극의 한 장면을 마주하듯 감상하게 된다. 작가에게 있어 숲은 거대한 사회의 풍경이면서 어둠이기도 하고 부조리한 상황을 의미한다. 

김호득 작가의 작품 ‘흔들림, 문득-사이’에는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점들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상당한 노고를 들여 점을 찍음으로서 시간과 공간을 몸소 체험한다. 그저 마음의 움직임을 따르며 찍혀진 하염없는 점들을 보다보면 그가 말한 ‘억만 생명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무수한 생명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인 숲이 우리에게는 고요한 사색의 장소인 것처럼.

임동식 작가의 ‘친구가 권유한 풍경’ 시리즈는 작가의 친구(우평남)이자 작가보다 자연을 더 가까이 접한 이의 권유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주로 풍경을 그리는 작가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 역시 지극히 겸손하다. 자연의 흐름을 깊이 느끼고 받아들이는 수용의 방식으로, 풀 한 포기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자세히 관찰해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치 화면 전체가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듯 실제 자연의 공기층을 묘사하기 위해 유화 안료에 기름을 섞지 않고 얇은 세필 붓으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종목 작가의 작품은 동양 철학가의 문장을 담고 있다. 장르로 보면 분명 서예인데 크게 다르게 보인다. 서예는 글의 형태로 전달하기 때문에 뜻과 무관하게 말할 수는 없다. ‘老子39장’은 군자의 행실이 어질고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의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장으로 권력보다 명예롭기를 바라고, 명예보다 덕을 중요시하라는 의미다. 세속적이기 보다 길가의 돌처럼 지내기를 권하고 있다. 일반적인 서예와는 달리 자유로운 배치와 농담의 운용이 그림에 가깝기 때문에 혹여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시각적 형상만으로도 소탈하나 자유로운 분위기가 전달된다. 서예의 일관성의 경직, 억압에서 벗어나는 조형 언어이자, 서예와 함께 한 시간이며, 그 시간을 통해 체화된 감각이기도 하다.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주명덕 작가는 ‘조국이란 아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라는 자각이 계기가 되어 풍경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멀리에서 보면 그저 스쳐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지만, 들여다보면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을 안 작가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은 흑백사진이 돋보인다. ‘검은색에는 모든 색이 다 들어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진을 통해서 단순한 ‘흑백’이 아닌 사진 속 ‘생명’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 그만의 시선을 통해서 깊이 있는 일상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문의 ☏043-236- 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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