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거기에다 거금을 주고 관직을 사서 내려온 조 부사로서는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그 돈을 벌충하는 것은 물론 몇 배의 돈을 빼내려면 고을 사정과 관아 살림을 잘 알고 있는 아전들의 눈 밖에 나면 불가능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조 부사로서는 아전들과 작당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둑이 둘로 늘어난 셈이었다. 날이 갈수록 고을민들의 생활이 궁핍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 가는 길이 어려울 뿐 두 번째는 무엇이든 수월한 법이었다. 한 번 도둑질에 길을 튼 조 부사는 관아 창고에 손을 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회를 소집하여 온갖 잡세를 만들어 고을민들에게 부과했다. 그 결과 세금은 이전보다도 서너 배가 높아져 고을민들을 괴롭혔고, 고을민들이 고통스러운 만큼 부사의 뱃속은 부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부사는 관직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그만큼 고을민들의 생활은 쪼들리고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조관재 청풍부사의 내사를 진행시킬수록 안핵사 연창겸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목민관이라는 자가 고을민의 어려움을 찾아 어루만져주는 것이 본분이거늘 어쩌면 그렇게까지 알뜰하게 착취를 할 수 있었을까 궁금증까지 일었다. 안핵사 연창겸은 조 부사를 좀 더 깊이 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종일관 핑계를 대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던 조 부사도 안핵사가 자신의 뒤를 캐며 사방에서 옥죄어오자 점점 불안해졌다.

“조 부사, 최풍원이라는 자가 누구요?”

안핵사 연창겸이 관아로 들어오는 공납 물목이 적힌 장부를 뒤적이다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듯 조 부사에게 캐물었다.

“북진에서 큰 상단 조직을 가지고 있는 장사꾼입니다.”

“큰 장사치라고 해도 청풍관아에서 쓰는 공납품이 얼마나 되기에 이렇게 많은 양곡을 대금으로 지불했단 말이오?”

“관아에서 한 해 동안 쓰는 모든 물품을 그 자가 맡고 있어 그렇습니다.”

“청풍 같이 작은 고을에서 일 년 동안 공납한 물품 대금 치고는 너무 많소!”

“전임 부사가 급히 임지로 떠나느라 미처 해결하지 못한 공납품 대금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압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대궐이라면 몰라도 충청도 감영도 공납대금으로 이렇게 많이 지불하지는 않소!”

안핵사 연창겸은 도무지 믿을 수 없어 자꾸만 캐물었다. 안핵사가 이렇듯 이상하다고 캐묻는 것은 조 부사가 착복한 구휼미와 관련이 있었다. 조 부사는 최풍원을 회유하여 고을민들을 구제하라고 내려 보낸 곡식을 강물에 가라앉히는 고패를 써서 빼돌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환곡으로 둔갑시키고 최풍원에게 공납대금으로 지불한 것처럼 거짓장부를 꾸몄다. 최풍원은 빼돌린 구휼미를 한양의 용산나루로 싣고 가 경상들에게 몽땅 넘기고 받은 돈을 탄호대감과 조 부사와 함께 분배했다. 그 양이 무려 삼천 석이었다. 조 부사가 나라의 세곡과 구휼미까지 횡령하여 재산 축적에 혈안이 된 것은 승차하여 한양으로 임지를 옮기기 위해서였다. 청풍에서 임기가 끝나면 대궐 안의 말직이라도 얻어 입궐하기 위해 탄호대감에게 돈이며 공물이며 닥치는 대로 끌어 모아 상납했다. 조 부사는 탄호대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고을민을 착취하거나 장사꾼과 결탁하여 관아 공물을 빼돌리는 짓을 여사로 했다. 탄호대감도 이를 잘 알고 있었고, 그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조 부사의 뒷배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풍원을 잡아들여라!”

마침내 안핵사 연창겸이 냄새를 맡고 최풍원을 취조하기 위해 관아로 잡아올 것을 명령했다. 조 부사의 바람과는 달리 안핵사의 조사는 점점 목을 죄어오고 있었다.

이미 청풍부사 조관재는 고을민들을 가혹하게 착취하여 농민봉기가 일어나게 한 죄상만으로도 파직이 될 위기였다. 조 부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풍원이 잡히기라도 하는 날이면 자신의 죄과가 모두 들통이 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관아의 말단 관속부터 조 부사까지 최풍원의 돈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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