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불(火)은 우리 일류의 생활 속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현재도 사람들의 생활에서 불은 불가분의 관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문명 발전의·상징으로 여겨지는 불은 단 하루도 사용할 수 없다는 가정을 한다면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불을 잘못 다뤘을 때는 재난급 수준의 피해는 물론,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는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크고 작은 산불 발생에 따라 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건조하고 계절풍이 강한 봄철은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엄청난 피해를 입혀왔다.

지난 2000년 4월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원도 전역에 걸쳐 2만3천㏊ 이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산불로 10여명의 인명 피해와 850여명의 이재민 발생을 비롯해 피해액 규모도 무려 500여억원에 달했다.

5년 후인 2005년 4월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엄청난 피해를 냈다. 천년고찰 낙산사가 불타면서 중요한 문화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잿더미로 변했다. 그런데도 해마다 봄철 비슷한 시기에 연례행사처럼 동해안과 전국 산림지역 등에서 큰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손실이 크다. 봄철은 건조한 데다 예기치 못한 강풍까지 심해 작은 불씨 하나에도 큰불의 원인이 되고 있어 더 그렇다.

올해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봄철 산불조심 기간 운영에 들어갔다. 전국 각 자치단체는 봄, 가을에 집중되는 산불 예방을 위해 해마다 감시원 모집을 통해 산불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효과 미미한 수준의 답보 상태다.

실화와 방화로 인한 화재 피해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방화의 큰 실례를 보면 2008년 2월 11일 새벽, 정부에 불만을 가진 한 서울 시민이 어처구니없는 고의적 방화로 대한민국 국보1호 숭례문을 소실시켜 국민을 경악케 만들었다. 역사에 대한 인식을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한심한 행동이라는 지탄의 목소리가 높았다.

올들어 산림청은 지난달 22일 기준 산불 발생 건수가 예년과 비슷한 반면, 피해 면적은 10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집계를 발표했다. 3월 17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142건 548㏊로, 전년 동기 129건, 56㏊ 대비 건수는 약 10% 증가에 그쳤으나 피해면적은 약 980% 늘었다는 통계다.

산불뿐만 아니라 봄철 주택화재 역시 높은 현황을 나타냈다. 이는 충북소방본가 지난 13일 최근 5년간 충북 도내에서 7천464건의 화재발생 조사 내역을 밝혀 이를 입증했다.

이중 1천485건(19.9%)이 주택화재다.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31명으로, 전체 사망자(98명)의 31.6%를 차지해 인명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충북도민 모두가 산불과 주택화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대목이다.

이런 산불 발생 현실을 볼 때, 국민 모두가 산불 감시자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특히 봄철 야산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산불은 논·밭두렁 태우기 등 일부 몰지각한 농민들의 부주의에 의한 안일한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순간의 실수로 50~60년을 가꿔온 산림자원의 숲을 잿더미로 만드는 행동은 멈춰야 한다. 국민은 산불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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