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영로 청주시 오송읍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생각해 보면 올봄은 나에게 꽤나 의미가 깊다. 주변 사람들의 생일이 모여 있고,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이 됐고, 무엇보다 몇 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청주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1년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나부터 열까지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업무를 배울 때쯤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날씨는 점점 따듯해져 갔고 개화하는 꽃을 감상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또 무심천에 나가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꽃구경을 하도록 계도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학교에 입학할 때, 입대할 때 같이 새로운 환경을 맞는다는 낯선 감정은 공직에 입문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성숙했던 학창 시절 20대 초반과는 달리 이제 사회의 일원이 됨으로써 학생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때문인지 일상에서 낯을 가리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가끔 비슷한 직업을 갖게 된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크게는 모두 공무원이지만 여러 가지 직렬로, 그 내에서도 세부적으로 나눠지는 업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년간 일을 하면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라는 것을 절감한다. 그냥 공부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도 언제고 어디서고 계속 그러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야 할까, 공무원에 임용되기 전에는 포괄적으로 생각했던 여러 가지 업무들이 사실은 작은 유기체들이 전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떻게 보면 앞으로 일하게 될 몇 십 년의 작은 편린일지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다행히 좋으신 선배·동기 공무원 덕분에 나 같은 풋내기도 몇 년 뒤에는 원숙한 직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날이 추워지면 옷을 껴입고 더워지면 가벼운 옷차림을 입을 뿐 계절의 변화를 그냥 온도의 변화라고만 생각하면서 정신없이 보내다가 어느날 문득 개화 시기가 다가온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처음 발령을 받기 전 싱그러웠던 봄의 풍경들이 다시금 시작되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는 긴 시간을 보내는 듯했지만 1년이 지나가고 나니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는 게, 학창 시절 낯설게 첫 반에 들어가서 지내다 반 친구들과 친해질 때쯤 다시 새로운 반으로 배정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시 봄이 찾아오면서 개화하는 꽃들을 바라보니 아직도 능숙하지는 않지만 풋내기 같았던 모습의 내가 떠오르게 된다. 이제 계속 일을 해가면서 한 해, 두 해를 더 보내겠지만 매년 봄철의 꽃들을 보면 그 시절 처음 공무원에 임용돼 낯섦과 설렘을 동시에 품고 있었던 2020년의 내가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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