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마침내 제정될 모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4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직무 관련 정보를 활용한 공직자의 사익추구를 금지하는 내용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2013년 등장한 이해충돌방지법이 발의된 지 8년 만에 국회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아직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등이 남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오랜 세월 부침이 많았던 법안의 제정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 지지부진하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급물살을 탄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한몫했다. LH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고, 다른 공직 유관기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돼 조사를 확산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가 진작에 제 할 일을 하고, 법 제정에 미적대지 않았다면 막았을 부정부패 사건들이다.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심상치 않은 민심은 4·7 재보궐선거로도 확인됐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처해서야 실천에 옮겼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은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한 재산상 이득 금지 △직무 수행 중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와 얽힌 경우 스스로 회피 △직무 관련자와의 금품 거래 신고 △공공기관 가족 채용 제한 등이 골자다.

공무원, 공공기관 산하 직원, 지방의회 의원 등 약 190만명에게 적용된다. 이들의 직계 가족을 포함하면 최소 500만명 이상이 직접 영향권에 놓인다. 과잉 규제 지적을 받았던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은 제외됐다. 사립학교법과 언론 관련법 등을 통해 이해충돌을 제재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가족 채용 제한 대상은 공공기관에서 산하기관, 산하기관이 투자한 자회사까지 확대했다. 수의계약 체결대상 기관도 동일 적용했다. 또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조항을 ‘미공개 정보’까지 정보 범위를 확대했다. 해당 규정은 퇴직 후 3년 동안 적용되며 정보를 제공받아 이익을 얻은 제3자도 처벌된다. 토지·부동산을 주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 임직원은 토지나 부동산을 매수했을 때 14일 이내 신고토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은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공직자가 헛된 욕심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부정한 마음을 미연에 예방하자는 취지다. 공직사회의 신뢰는 높이는 데 기여함은 물론이다.

법규가 마련된다고 해서 모든 불법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여야는 법안 처리에 앞서 허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면밀히 살피고, 공직자들은 청렴 실천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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