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충청매일]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것을 계속 접하다 보면, 답답하고 피곤해진다. 자연스러워야 할 흐름이 막히니 당연한 일이다. 오래전부터 언론이 그랬다.

지난 13일,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되고 난 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한 인터넷 언론이 관련 기사를 쓰면서, 제목을 “오세훈의 ‘일당백’ 국무회의…文정부에 부동산·코로나 ‘직언’”이라고 달았다. 제목만 보면, 오 시장이 국무회의 구성원 중 유일한 야권 인사로서, 다른 구성원들을 압도할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오 시장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은 것처럼 읽힌다. 호기심에 기사를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사 본문은, 국무회의 후 오 시장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인데,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급격한 상승 문제를 언급하며 서울시와 국토부가 심도있는 논의를 하면서 해법을 찾자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고, 그 외에는 오 시장의 현안 주장을 정리하여 전달하고 있을 뿐이었다. 국무회의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떻게 토론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오세훈의 ‘일당백’ 국무회의”라는 기사 제목이 나올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속으로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백해무익한 기사다.

지난 12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방식이 아닌, 함께 토론하고, 함께 실천하고, 함께 혁신하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패배 후, 민주당 일각에서 특정 세력에게 패배의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것을 염두에 둔 말로 볼 수도 있으나, 비대위원장으로서 통합을 위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식적인 발언이다.

그런데 한 언론은 기사 제목을 “도종환 ‘상처 없는 혁신, 질서 있는 쇄신’… 결국 친문 뜻대로”라고 달았다. “친문 뜻대로”라의 구체적인 근거는 본문에 없었다. 민주당에 친문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언론이든 뭐든,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상대방이 거짓말하지 않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을 때, 상대방과의 관계는 탄탄해지고 오래 간다. 진실과 공정은 언론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이다. 언론이 여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허위·과장 보도를 일삼으면, 그 언론은 소비자가 외면하고, 언젠가는 도태될 것이다. 조중동의 영향력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옛날처럼 절대적이진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차를 운전하면 으레 라디오나 TV를 켜고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이것을 완전히 끊은 지 한참 되었다. 집에서도 뉴스는 보지 않는다. 오래도록 구독하던 신문도 끊고, 사무실에서 의뢰인을 위해 할 수 없이 보는 신문을 한 장도 넘기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가끔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여 기사를 클릭하는데, 그렇게 했다가도 금방 접는다. 계속 보면, 속이 울렁거린다. 언젠가부터 언론은 내 정신건강을 해치는 존재가 되었다. 상처받은 정신건강은 개인들 SNS에 들어가 조금이나마 치유를 받는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연구소에서 조사한 40여개 나라 중, 2017년부터 4년 연속 언론 신뢰도 꼴찌 평가를 받은, 한국 언론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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