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15부 북진여각 막을 내리다(1037)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15부 북진여각 막을 내리다(1037)
  • 충청매일
  • 승인 2021.04.14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매일] “장인어른께서 도와주셔야죠. 제 혼자 어떻게 하겠습니까?”

“세상의 흐름 안에 방법이 들어있으니 시류를 잘 살피게. 시류를 읽지 못하면 큰 장사꾼이 될 수 없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한양이 더욱 커질 것일세. 팔도의 물산뿐 아니라 만국의 물산이 한양으로 들어올 걸세. 그렇게 되면 북진에서 난 물건을 모았다가 한양으로 옮겨 팔아 구전이나 떼어먹던 북진여각의 장사방법은 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네. 그러니 나와 북진에 미련을 갖지 말고 자네는 삼개를 터전삼아 새로운 방법으로 자네 장사를 하도록 하게!”

“그럼 북진여각은 어떻게 하실 요량이신지요?”

“이번 일이 잠잠해지면 모두 처분해서 농토를 사도록 하게.”

“농토는 사서 뭘 하시려구요?”

“이제껏 이곳 고을민 덕에 이제껏 잘 먹고 살았으니 그 공을 갚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공을 갚다니요?”

“그들이 북진여각으로 물산을 보내주고, 또 물건을 팔아주었으니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러니 갚아야지!”

“그런데 하필이면 왜 땅입니까?”

“모든 게 그놈의 땅 때문이 아닌가? 제 땅이 있어 굶지만 않았어도 이번 난리도 없었겠지. 북진여각을 처분해 땅이 마련되거든 한 뼘도 남기지 말고 모두 고을 내 모든 소작인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도록 해라! 그리고 도화동에 서당을 한 채 지어주고 땅도 함께 주도록 하게!”

최풍원은 자신이 태어났던 고향 도화동에 서당을 지어주고 서당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위전도 기부할 것을 당부했다. 과거 아버지의 탐학에 대한 속죄의 표현이었고, 가난하여 서당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였다.     

“장인어른이 하시지, 그걸 왜 제게?”

“도중회의 공론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번 농민봉기로 객주들이 제대로 모이게 될는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영춘 심봉수 객주는 꼭 모셔와 모든 것을 상론하도록 해라. 그는 처음부터 이제까지 평생을 나와 같이 한 사람이다. 그의 뜻이 곧 내 뜻이다. 알겠는가?”

최풍원이 봉화수의 물음에는 대답도 않고 다짐을 받으려는 듯 되려 봉화수에게 물었다. 최풍원이 봉화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봉화수가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봉 서방! 숙영이를 잘 부탁하네. 이 세상 천지에 그 아이가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이제 자네밖에 없네!”

최풍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위에게 딸을 부탁하는 아비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봉화수는 차마 그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② 안핵사 농민군을 취조하다

농민군들이 대패를 하고 망월성에서 농민군지도부들이 모두 잡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풍읍성은 크게 술렁거렸다. 안핵사 연창겸이 반란군 괴수를 잡아 청풍읍성으로 입성한다는 전갈이 떨어지자 조관재 청풍부사를 비롯한 관속들이 팔영루 앞에 나가 그를 맞이했다.

안핵사 연창겸은 청풍에 입성하자마자 관아를 복구하고 읍성을 평정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리고는 청풍관아에 국청을 열어 농민군지도부를 취조했다. 국청이 열리는 금병헌 주변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관군들을 겹겹이 풀어 고을민들의 출입을 일절 금했다. 망월산성에서 사투를 벌이며 끝까지 저항하다 잡혀온 농민군지도부와 농민들은 사로잡힌 후에 계속된 모진 고문으로 몰골이 형편없었다. 안핵사는 조정에서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온갖 협박과 감언이설로 회유를 해도 하나같이 입을 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농민군들의 봉기를 몇몇 불온한 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소요로 치부하고 축소해서 자신들의 죄를 감추려했기 때문이었다. 농민군의 입에서 답을 얻지 못한 형방사령들이 곤장을 치고 주리를 틀고 압슬을 가했다. 그래도 입을 열지 않자 독이 오른 사령들이 집게로 혀를 빼고 인두로 살을 지지는 악형을 가해 그들은 그냥 두어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국청이 열리는 금병헌 마당으로 끌려나온 농민군들은 형틀에 묶여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래도 의기만은 하늘을 찌를 듯 살아 있었다.

“너는 양반집 자손으로서 우매한 백성을 계도해야 함에도 어찌 역적들과 함께 휩쓸려 부하뇌동했는고?”

안핵사 연창겸이 좌군장 이창순을 크게 꾸짖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