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지난주 지역 예술가들은 미얀마 민주주의 승리를 염원하는 거리문화재를 열었다. 2021년 2월 1일, 아웅 산 수 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의 총선 승리에 군부가 불복하며 쿠데타가 일어났다. 60여 년의 군부 독재를 경험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5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미얀마 국민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는 2달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은 미얀마 거리를 피로 물들이며, 많은 시민을 무참히 죽이고 있다. 미얀마는 군부 통치권에 있는 나라다. 형식적인 총선이 치러지고 민주적 절차가 있다 해도 군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나라가 미얀마다.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는 사실상 미얀마의 통치 세력이었다.

1988년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은 3천여명 사망, 1만여명 실종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표면적으로 국명이 버마에서 미얀마 연방으로 바뀌고 아웅 산 수 치가 1990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나 군부에 의해 물거품이 되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군부 독재를 청산하길 원하던 국민은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 산 수 치의 국민민주연맹에 표를 몰아주었고 국민민주연맹은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할 권리가 생겼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정부가 군부에 25%의 의회 의석을 할당하는 헌법 등의 개정을 요구하자 쿠데타를 일으켰다.

엄청난 부가 따르는 권력을 내려놓는 일은 어렵다. 미얀마 군부는 오랜 세월 미얀마를 통치하며 국민 위에 군림했다. 국민을 위한 나라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나라에서 호의호식하며 사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 세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경찰이나 군인의 폭력성과 잔악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미얀마는 전쟁터나 다름없으며, 학살의 현장이다. 여자와 어린아이까지 무참히 살해하는 소식을 접하며 군부의 명령을 따르는 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이나 인간의 근본적인 죄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회주의든, 민주주의든, 독재국가든, 자유국가든 국민이 평화롭고 국민이 행복하다면 국가 제도는 무의미하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변화를 요구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역사도 보도연맹, 제주 4.3, 광주 5.18로 이어지는 민간인 학살의 아픔을 겪었다. 무고한 시민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며 학살을 정당화했다. 미얀마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군부의 이념은 권력 유지 외에 무슨 이유가 있을까 궁금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의 과정을 거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민의 희생으로부터 얻은 것이지만, 미얀마의 상황은 다르다. 현재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저항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다. 절대 바위가 부서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박격포까지 동원한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학살 자행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우리 역사에서 5·16 군사쿠데타, 12·12 군사반란 때에 외면하였듯이, 국제 사회는 각국의 이해관계와 자국의 이익을 따질 뿐이다. 폭력 앞에 무릎 꿇을 때까지 군부의 총성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미얀마 국민을 위해 나설 줄 수 있는가. 아무 힘도 없는 예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미얀마의 현실을 알리고 관심을 끌게 하는 일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야 자유는 찾아오는가.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우리의 민주주의며, 세계의 평화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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