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여야가 3월 통과를 다짐했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4월로 넘어왔지만 국회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0일까지 여야 합의 처리를 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4·7 재보궐선거도 끝난 만큼 이젠 미적대는 모습은 제발 그만 봤으면 싶다. 여야는 적극적인 자세로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공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도 적용되며, 직무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거나 전달하는 행위 등도 처벌된다.

이 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2013년이다. 2015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통과될 당시 같이 처리할 수 있었지만, 국회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빼버렸다. 이후 20대 국회는 물론 21대 국회 들어서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완성하려는 법안 발의는 이어졌다.

그러나 번번이 흐지부지됐고,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이상직·김홍걸 의원,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등의 이해충돌 논란이 있을 때도 여야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요란을 떨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일찌감치 제정했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한 민심에 놀란 여야가 다시 조속한 법 제정을 약속하고는 있으나 그동안의 작태로 봐선 미덥지 않다.

실제 4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 처리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 이해충돌의 적용 범위와 대상, 이해충돌 발생 시 회피 또는 위반 시 처벌범위 등에서 의견이 나뉜다.

국민의힘은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과잉규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공직자와 가족의 범위를 어디에 둘지, 직무상 비밀을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로 봐야할 지 등을 두고도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 등 유사법률과의 충돌 및 중복 가능성을 거론하며 통합 검토와 체계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해외 선진국은 공직자의 부패 방지 정책에서 ‘이해충돌’ 조항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이미 50년 전 제정했으며 공직자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 등 이해관계인들까지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할 경우 최대 징역 15년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공직자가 취임할 때 사적 이해관계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징역형은 물론 선거권도 박탈한다. 캐나다·영국 등도 이해충돌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스스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야는 말로는 법안을 지지한다면서 행동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안다면 신속하고 단호한 결기로 법안 처리에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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