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630년 춘추시대, 백락(伯樂)은 진(秦)나라 목공 무렵 말(馬)을 감정하는 신하였다. 당시의 말은 교통수단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전쟁에서 중요한 물자였다. 그러니 좋은 말을 찾아내는 감정사의 역할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백락의 본래 성은 손(孫)이고 이름은 양(陽)이다. 백락(伯樂)이란 전설에 나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천마(天馬)의 별자리를 뜻한다. 당시에 손양이 말에 관한 지식과 안목이 너무도 탁월하여 존칭의 의미로 백락이라 부른 것이다.

어느 날 가축시장에서 말을 판매하는 상인이 훌륭한 명마를 얻었다. 비싼 값에 명마를 팔고자 했으나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관심을 갖고 말을 살펴보던 사람들도 머리끝부터 발끝가지 명마의 단점을 들추어내기만 할뿐 도무지 사려하지 않았다. 상인은 답답했다. 이게 정말 명마인데 사람들이 알아봐주지를 않으니 말이다. 고민 끝에 백락을 찾아가 부탁하였다.

“어르신! 제게 훌륭한 명마가 한 필 있습니다. 시장에 팔려고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르신께 부탁을 드리고자 왔습니다. 한번 시장에 오셔서 제 말을 감정해주십시오. 저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그저 평범한 말을 명마로 여기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명마인지 말입니다.”

다음날 백락이 가축시장에 가서 어제 찾아온 상인을 찾았다. 가서보니 팔려고 내놓은 말이 여러 마리 있었다. 다른 말들은 그저 평범한 말이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백락의 눈에 들어왔다. 백락은 말 주위를 이리저리 돌며 머리에서 목덜미, 다시 허리에서 엉덩이를 거쳐 다리까지 형태와 색깔 등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잠시 말을 쳐다보더니 크게 감탄을 늘어놓았다.

“명마로다! 근래에 보기 드문 아주 귀한 명마야.”

백락이 말을 평가했으니 그건 틀림없는 보증이었다. 상인은 큰소리로 외쳤다.

“백락선생께서 이 말이 명마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분들 어서 서두르십시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로 사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자 가격이 빠르게 뛰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관심이 없던 말이었는데 백락이 한번 감정평가를 내리자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구방고는 유명한 말감정사이자 백락의 친구였다. 하루는 진(秦)나라 목공의 명으로 명마 한 마리를 구해왔다. 그런데 목공이 보기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형편없는 말이 어찌 명마란 말이냐!”

그러자 옆에 있던 신하 백락이 나서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 말은 천하에 보기 드문 명마입니다.”

목공이 백락의 말을 듣고 다시 말을 살펴보니 처음과 달리 그렇게 훌륭할 수가 없었다. 이는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백락일고(伯樂一顧)란 보기에는 평범한 것 같은데 전문가가 알아보면 가치가 빛난다는 뜻이다. 재주와 능력은 사람을 제대로 만나야 그 실력을 펼 수 있다. 군주가 혜안이 있으면 영웅호걸을 만나는 것이고 백성이 안목이 있으면 올바른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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