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조직 특히 관료제 조직의 병리현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론으로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과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가 있다. 파킨슨 법칙은 공무원의 수는 일의 양과 관계없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인구수는 점차로 줄어드는 데 공무원 수가 늘어난다거나 학생 수는 줄어드는 데 대학의 건물은 점차로 늘어나는 현상을 파킨슨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료제 조직의 병리현상을 설명하는 피터의 원리는 조직 내의 모든 사람은 무능한 수준, 즉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오를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의하여 관료제의 고위직은 무능한 사람으로 채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관료제가 가지는 승진제도와 관련이 있다.

많은 조직에서는 기술자나 현장 책임자로 탁월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승진을 시키게 된다. 즉 상위직으로 승진할 때 상위 관리자로서 필요한 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기술자로서의 역량을 평가하여 승진하게 된다. 이러한 관행이 지속하면 상위직에 필요한 정치역량이나 넓게 보는 수평적 사고를 지닌 사람이 아닌 실무적이고 전문가적이며 수직적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상위직이 채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이야기할 때 종종 회자하는 인물로 맥아더 장군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대비한다. 맥아더는 장군으로는 유능하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무능하고, 아이젠하워는 군인으로서는 큰 업적이 없었지만, 정치적으로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뉴욕 타임즈 기자는 두 사람과 식사한 것을 회고록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맥아더와 식사를 하면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를 알게 된다. 그러나 아이크(아이젠하워 애칭)와 식사를 같이 하면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된다.’고 쓰고 있다. 즉 맥아더는 자기중심적이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상대와 함께하는 것을 아는 진정한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조직의 상위직이 무능한 사람으로 채워지는 병리현상은 아래에서 위로의 승진 이외에 위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에서도 발생한다. 그 결과 LH와 같은 공기업을 만들었다.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진 공기업은 낮은 생산성 이외에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를 가져와서 모든 부담을 국민과 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피터의 법칙은 관료제 조직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국회에는 정치적 역량보다는 매스컴에 의해서 만들어진 스타들이 자고 일어나보니 국회의원이 되어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하니 정치보다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이 지금 선거철이라고 국회에는 없고 선거판에만 뛰어다니고 있다.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자리에 무능한 사람으로 채워져 있으니 서민은 고달프고 국민은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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