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적도들을 염바다들로 몰거라!”

안핵사 연창겸이 기병들에게 명령했다. 기병들이 안핵사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혼란에 빠진 농민좌군들을 창룡사 아래로 밀어냈다. 관군과 포수들도 초군과 사노군의 바깥쪽을 에워싸며 기병들과 합세하여 농민군들을 염바다들로 몰아갔다. 염바다들은 충주읍성과 마지막재 사이에 있는 넓은 벌판이었다. 농민군들이 관군의 기세에 밀려 정신없이 쫓겼다.

“양 군장, 여기를 빠져나가야 하오! 저 놈들이 우리를 벌판으로 몰아넣고 기병을 동원하여 짓밟으려는 속셈인 것 같소이다!”

양태술 사노군장이 관군의 속셈을 알아채고 초군장 천만이에게 말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이창순이 이끄는 농민좌군의 주력부대와 천만이의 초군, 양태술이 이끄는 사노군들은 관군에게 밀려 어느새 염바다들 한가운데까지 밀려와 있었다. 사방이 트인 벌판은 몸뚱이 하나 숨길 곳이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농민군들의 동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관군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맹수처럼 기병들이 대오를 갖춰 농민군의 정중앙을 가르며 돌진했다. 얼음판이 갈라지듯 농민좌군 진영이 크게 둘로 갈라졌다. 농민군들이 크게 동요했다. 농민군들이 자신들의 진영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렸다. 말을 탄 기병들이 농민군 사이를 종횡으로 누비며 혼을 빼고 있었다. 기병들이 거침없이 말을 내달리며 농민군을 유린했다. 농민군들은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쓰러져갔다. 그것은 초군과 사노군도 마찬가지였다. 대오를 갖춘 기병들이 돌진할 때마다 서서 움직이는 농민군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우 대장! 저들을 구출하러 가야겠소!”

마지막재에서 농민군들이 무참하게 당하는 광경을 보던 하익수 우군장이 말했다. 그러나 충주읍성에서 당한 고문으로 하 군장은 자신 한 몸조차 추단하기 힘들어 보였다.

“우군장, 그 몸으로는 무리요! 다른 사람을 선봉장으로 내세우시오!”

우장규 대장이 하 군장을 만류했다.

“아니외다. 내가 직접 나아가 저 놈들에게 당한 한을 풀겠소!”

하익수 우군장이 고집을 부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이창순의 좌군은 기병들에게 유린당하며 쓰러졌다. 좌군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채 대거리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혈기가 있는 초군과 사노군은 천만이와 양태술의 독려하에 기병들의 포위망을 뚫고 마지막재에 진을 치고 있는 본진으로 돌아오려고 무진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혈기만으로 기병과 대적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대적을 하다가 기병들의 창칼에 사정도 없이 쓰러졌다. 좌군과 초군과 사노군들이 완전히 전의를 잃고 관군들에게 포위된 채 몽땅 포로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을 보고 하익수 우군장이 농민군을 이끌고 고갯길을 개미떼처럼 내려갔다. 농민우군들이 포위된 농민군을 구하려고 염바다들을 내달리자 이를 본 기마병들이 농민우군의 주력을 유린하기 위해 대오를 갖추며 벌판을 가로질러 질주해왔다.

“기병과 맞서지 말고 그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마시오! 그리고 징소리가 나거든 일제히 몸을 일으켜 함성을 지르시오!”

하익수 우군장이 농민군들에게 일렀다. 기병들이 농민군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왔다. 농민군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하 군장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농민군과 기병들의 사이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지금이오!”

하 군장의 목소리와 함께 징소리가 울렸다. 징소리를 신호로 앉아있던 농민군들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죽창에 묶은 천을 일제히 흔들어댔다. 그리고 함성과 함께 괭과리를 세차게 두드려댔다. 그 소리에 달려오던 말들이 놀라 갑자기 멈춰서며 뒤따르던 말들과 뒤엉켜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그 틈을 노려 농민군들이 들고있던 죽창으로 말의 다리를 찔렀다. 몇몇의 기병은 말에서 떨어져 농민군에게 잡히기도 했다. 불시에 공격을 당한 기병들이 당황하여 관군이 진을 치고 있는 염바다들 서쪽 끝으로 달아났다.

“좌군장은 어서 본진으로 돌아가시오!”

우군장 하익수가 이창순에게 말했다.

“우군장, 벌판에서는 도무지 기병들을 당해낼 수 없소. 퇴각합시다!”

무엇이든 싸움으로 해결을 했던 강경론자인 좌군장 이창순의 입에서 처음으로 싸움을 포기하자는 말이 나왔다. 농민들은 기병들의 공격에 넋이 빠져 있었다.

“알겠소. 쓰러진 농민군들을 수습해서 갈 테니 먼저 가시오!”

우군장 하익수가 염바다들 곳곳에 쓰러져있는 농민군들을 보며 말했다.

“저도 여기 남아 우군장을 돕겠소이다!”

광아리 나뭇꾼 출신의 초군장 천만이가 우군장 하익수를 돕겠다며 염바다들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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