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경 청주시립도서관 사서]‘내 꿈은 ○○이야!’, ‘난 꼭 꿈을 이룰 거야!’.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려 나간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보내기 바빠 저 뒤편으로 미뤄버린 꿈도 잊어버린 채 살던 나는 이 책, 김정애 작가의 ‘부용꽃붉은시절’을 읽고 아차 싶었다.

‘나의 꿈은 뭐였지?’ 곰곰이 생각해보며 어느새 책 속에 빠져든 나를 발견한다.

우리 대부분 허난설헌이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시인으로만 알고 있고 작가 자신조차도 허초희(허난설한)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작가는 오래전 단편소설로 허난설헌문학상을 수상한 후 허초희와 관련된 여러 책과 시를 보고 그녀의 삶이 늘 마음속에서 맴돌았다고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한 허초희의 젊은 시절과 함께 오라버니 허봉, 동생 균 그리고 그녀의 영원한 스승 손곡 등 주변 인물들의 역사적 사실과 자신의 상상력을 결합하여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슴 속에 묵혀 왔던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완성 시켰다.

허봉과 초희, 균은 ‘이상국 건설’이라는 같은 꿈을 꾸었다. 그들에게 이상국은 양천과 같은 엄격한 신분제도와 남녀차별이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공정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들은 권력과 신분이 보장된 권문세족이면서도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가슴 아파한다.

소설 속 조선은 여필종부, 남녀유별과 같은 규범이 여인들을 구속하고 한계에 부딪히게 한다.

여인이 글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글을 깨우치며 평범한 여인이길 거부하던 초희는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이나 남다른 강단, 침착성까지 있어 모두가 그녀를 볼 때마다 ‘사내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별적인 시선과 사상이 이상세계를 동경하며 백성과 자신을 연민하는 시를 짓게 하고 기존 가족제도와 규범에 반기를 들게 하는 계기가 된다.

스물일곱 불꽃 같은 인생을 살고 간 초희의 평등, 공정, 혁신의 사상은 지금 우리의 피를 뜨겁게 한다. 작가가 표현한 문학적 사상은 우리 삶의 여유와 낭만을 갖게 하는 큰 줄기가 되었다.

붉은 꽃처럼 찬란하고 빛나는 시절, 아름다운 낭만과 열정이 가득한 그 시절은 소박하더라도 나에겐 가장 가치 있는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그 꿈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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