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전규영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집 앞에 있던 동네 슈퍼가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편의점 이용이 늘었다.

편의점 대부분의 상품들이 1인 가구에 맞게 나오는 편이라 쓰레기도 덩달아 많이 나온다. 두세 겹의 포장은 물론이고 부피가 큰 것도 많다. 사 온 것은 몇 개 되지도 않는데,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분리하다 보면 커다란 봉지가 금세 가득 찬다.

집 현관에는 재사용 택배 상자가 늘 쌓여 있다. 회수해 재사용하는 가방 형태의 재사용 택배 상자라 다음 택배를 시키기 전까지 회수가 안 되고 집에 쌓여 있어야 하는 상자이다.(회수가 안 되면 필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부피도 큰 상자가 서너 개씩 드나드는 현관에 쌓여 있으니 보기도 싫고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귀찮고 번거로운 택배 방법을 택한 사람은 남편이고, 그 결정의 지지자는 큰 아이이다. 평범한 택배 상자를 이용하자고 종용하는 사람은 필자뿐이다.

어느 날 숲속에 큰불이 났다. 모든 동물이 겁에 질려 무력하게 재앙을 지켜보기만 했다. 오직 연약하지만 강단이 있는 작은 벌새만이 서둘러 부리에 물을 머금어 불길이 이는 곳에 뿌리는 일을 반복했다. 얼마 후 아르마딜로가 벌새를 보며 소용없는 짓을 한다고 짜증을 냈다.

“벌새야! 제정신이니? 물 몇 방울 떨어뜨린다고 불을 끌 수 있을 것 같아?”

그러자 벌새가 대답했다.

“불가능할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할 일을 할 뿐이야”

- ‘쓰레기 제로 라이프’ 중 -

뭣이 중헌디? 택배 상자의 걸리적거림과 우리의 깨끗한 환경 중 고르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필자에게 건네는 남편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을 보호하고 깨끗하게 가꾸기 위해 각자 자신에게 영감을 주거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가치를 찾아내 자기 몫을 다하면 될 것이다.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실천하기로 결심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맑고 깨끗한 이곳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한 결심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우리가 바로 변화이기 때문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