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그린뉴딜이 유행이다. 2025년까지 3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일자리도 38만개 이상을 창출하는 국가 정책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녹색 친화적인 국민의 일상생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공공건물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고효율 소재, 친환경 디지털 교육, WiFi 기반시설 확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도시, 도심지의 녹지 조성, 훼손된 도시공간과 갯벌의 복원, 스마트 상·하수도, 상·하수도 수질개선을 위한 시설개량 등의 사업을 펼치게 된다.

그런데 이 정책들이 왠지 낯설지 않다. 이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거나,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던 내용이기도 하지만, 10여 년 전의 MB표 녹색성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10년 전 녹색성장이나 지금의 그린뉴딜의 배경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이상기후, 이상기온 등의 지구적 환경문제가 있다. 이 문제의 준비와 대응이라는 필요에 따라 그린뉴딜이 수립된 것이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사업은 이 필요가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의 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10년 전에도 그랬듯이, 이 방향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을 깎는 개발과 도시에 숲을 조성하는 모순적인 사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그 안에 그린기술을 도입하지만,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환경오염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쩌면 그린기술은 산업단지 개발로 따른 환경훼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회피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그린뉴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지 회피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린뉴딜 정책에 편승하여 경제 성장만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치유하고, 그 자연에서 인간이 치유 받는 순환고리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자연환경이나 인간은 모두 자기 치유의 능력이 있다. 어느 정도 어려운 상황에 닥쳐도 그것을 이겨내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힘, 즉 회복 탄력성이 있다. 이 회복 탄력성 안에서 벌어지는 환경오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회복 탄력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개발이 진행될 때 발생하고,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힘든 운동을 하고 난 후에는 하루 이틀 쉬어야 한다. 욕심을 부려서 다음날도 같은 강도로 운동하면 회복 탄력성을 넘어서기 때문에 부상을 입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쉼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쉼이 아니라 새로운 부하를 준다면, 정책의 근본 방향과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더구나 회복 탄력성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언제까지 쉬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분석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게’보다 ‘왜’가 더 필요하고,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그린뉴딜을 왜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우선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MB의 4개강사업은 이 질문을 하지 않고 진행한 전형적인 실패작이다. 빅데이터, 일대일로, Bio산업, 4차산업들은 한때 지역발전의 절대적 요인으로 여겨졌고, 지금도 일부 그렇다. 마치 이 또한 지나가는 유행과 같다.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성찰이 없으면 이 유행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뿌리가 약하면 이는 바람에도 위태위태한 것처럼 말이다. 우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린뉴딜 사업의 발굴이 아니라, 먼저 지역의 회복 탄력성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달리기를 할 때, 내 몸 상태를 모르고 무조건 달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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