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충청매일] 화창한 봄 어느 날 개나리와 산수유, 목련 등 봄꽃들의 환대를 받으며 아내친구 부부와 넷이서 서해바다 장고항과 왜목마을로 추억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이름은 학창시절의 졸업여행, 청년시기의 신혼여행, 노년기를 맞이하는 회갑여행 등 목적이나 의미 부여에 따라 다양하다. 추억여행이라고 명명한 것은 함께한 부부와의 특별한 인연 때문인데 이들은 필자가 소개하여 성사된 몇안되는 쌍 중 하나로 오랜 세월동안 함께한 추억이 많아서다.

평소에도 그들을 포함한 아내 친구들과 자주 만나곤 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다함께 하지 못하고 두 가족만 동행하다보니 자연스레 옛 첫 만남 소개시절 이야기가 하루 종일 화제가 됐다.

여행 장소 선정은 아내친구가 전국팔도 여행경험이 많아 일임했는데 이시기엔 계절적으로 당진 장고항 실치회가 유명하다고 해서 서해바다로 향했다.

여행당일 아침 차에 타자마자 여자들은 옛날 어린 소녀시절로 돌아가 추억여행을 시작해서 돌아올 때까지 이어졌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사이이니 은퇴시기의 인생2막 시점에서 동심으로의 여행은 마냥 즐거울 수밖에 없고 끝이 없었다.

중매를 한 필자는 그들 대화 사이사이 끼어들어 소개당시 장소에서부터 그때 했던 말을 상기시키며 그동안 살아보니 소개를 잘했냐 못했냐는 둥 실없는 물음으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대화내용 중 넷의 공통된 이야기는 모두 ‘세월 너무 빠르다’ 이었다. 우리가 만난 것도 엊그제 일같이 생생한데 어느새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고 자식들이 시집장가 가는 나이가 됐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양쪽 모두 남매를 두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딸을 먼저 낳고 아들을 낳았는데 결혼도 딸만 시키고 아들들은 아직 미혼이다. 옛 추억 이야기를 하며 가다보니 가는 길이 멀지않았고 하루 종일 웃음꽃이 만발한 그야말로 신나는 추억여행이었다.

장고항은 당진시 석문면에 있는데 석문방조제와 왜목마을 중간에 있고 실치회가 유명하여 4월에 축제도 열리고 있다고 한다. 왜목마을은 일출 일몰 월출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관광명소로서 동해의 일출이 정열적이라면 이곳의 일출은 서정적이라고 한다.

실치회를 비롯한 서해바다 싱싱한 회를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세월 이야기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대화내용은 은퇴한 나이들이다 보니 앞으로 2막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주를 이루었는데 핵심은 모두 건강이야기였다.

식탁에 마주한 부부들 얼굴을 바라보니 세월의 흔적을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

30여 년 전 젊고 고왔던 모습은 어디가고 세월의 흔적인 나이테만 선명해 보였고 앞에 앉은 부부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란 생각에 지난세월이 아쉽게 다가왔다.

하루 종일 그들과 함께하며 부부간 대화내용을 간간이 들어본 결과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읽었고 둘이 잘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 소개 잘했구나 하는 뿌듯함과 보람을 안겨준 아름다운 추억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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