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
청주 나비솔한방병원 원장

[충청매일] 지난 시간에는 ‘보익약(補益藥)’으로서의 당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당귀의 기능 중에 한 가지를 더 알아보고자 합니다. 간혹 인터넷에 ‘당귀의 효능’을 검색해보면 ‘식욕증진·장운동 증진’이라는 효능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일견 옳은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뿌리를 사용하는 약재는 대부분 특유의 정유성분(기름성분)이 약효를 보이는 물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귀의 경우에도 특유의 기름성분이 있는데요, 이 성분은 장(腸)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에게 장기간 사용하거나 다량을 사용하는 경우 대변에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보약으로 잘 알려진 약들 대부분에는 당귀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약들을 장이 약하거나 변이 묽은 경우에는 복용할 수 없는 것일까요?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한약은 약재 하나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아주 특이한 몇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모든 약재는 그 특유의 편향된 성질을 약효로 이용을 하는 것인데요, 당귀의 이런 기름성분으로 인한 불편감도 다른 약들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충분히 조절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건위(健胃, 위를 건강하게 하는 약재), 거습(去濕, 체내 수분의 정체를 해결하는 약재)하는 약들을 조합함으로써, 설사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장운동을 정상적인 범위에서 촉진시킴으로써 정상적인 대변상태를 만들어 주고, 그로 인해 식욕을 증진시켜주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복령, 황기, 인삼 등의 약과도 조합을 이루어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됩니다.

잠시 지나가는 이야기로, 한의학 서적중에 ‘상한론’이라는 아주 오래된 ‘고서(古書)’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수 많은 처방들의 모태가 되는 처방들이 이 고서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중요한 의서입니다. 상한론에 소개된 처방을 위주로 사용하는 학파를 ‘고방파’라고 부를 정도로 현대에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아주 먼 옛날에는 ‘인삼’이라는 약재를 주로 명치의 답답함이나 명치 주의의 경결(硬結, 딱딱함, 덩어리), 소화불량에 많이 사용하였다는 이야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현대 ‘인삼’은 주로 ‘보익약, 보약’의 대표주자인데 말이죠. 그래서 과거 의서에 나오는 인삼은 인삼이 아닌 만삼(당삼)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인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면 또 샛길로 샐 것 같아서 ‘인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귀를 주의해서 써야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 더 주의할 내용을 적어보자면. 지난 시간에 당귀를 ‘부인병의 성약’이라고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여성에게 좋다는 의미이기는 합니다. 다만 신중해야 할 것은 임신부에게 사용하여야 할때입니다. 당귀는 자궁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고, 또한 자궁을 수축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출산이 임박하여 출산을 도와주는 ‘달생산’이나 산후에 자궁의 정상적인 수축을 도와주는 경우에는 용량을 증량하여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만, 임신 기간중에는 자궁수축을 촉진해 유산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임신중인 경우에는 신중히 사용하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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