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고대의 병법(兵法)은 싸움과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경험적인 내용들이다.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길 수 있고, 불리한 자가 유리한 자를 이길 수 있는 신통방통한 묘수이다. 병법의 전략 중에 정(正)을 변형한 기(奇)의 한 형태로 말을 이용해 적을 물리친 미마계(美馬計)가 있다.

760년, 당(唐)나라 중엽에 ‘안사의 난’이 일어났다. 관군 대장 이광필은 반군의 우두머리 사사명과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전력은 서로 비슷했지만 반군이 관군보다 사기가 더 높았다. 이를 아는 이광필은 함부로 반란군을 공격할 수 없었다. 전략을 고심하던 중에 이광필은 부하로부터 뜻밖의 보고를 하나 받았다.

“반군 사사명은 변방에서 탈취해 온 우량 말 천 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말을 보배처럼 여겨 싸움이 없을 때는 병사들에게 말을 방목하여 정성껏 돌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고를 듣자 이광필의 머리에 한 가지 묘책이 번뜩 떠올랐다. 곧바로 부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너희들은 당장 성 안에 있는 어린 망아지와 그 어미 말을 모두 모으도록 하라!”

부하들이 서둘러 그 명에 따랐다. 성 안 곳곳에 있던 모든 말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었다. 그러자 이광필은 며칠 동안 반군의 동향을 살폈다. 날씨가 쾌청한 어느 날 반군 측에서 한가한 틈을 타 천여 마리의 말을 방목하였다. 그걸 본 이광필이 내심 미소를 지으며 명을 내렸다.

“모아둔 어미 말들을 모두 줄에 묶어 성 밖으로 내보내라!”

어미 말들이 성 밖으로 나가자 남아있는 망아지들이 어미가 그리워 모두 울부짖었다. 그 울음소리에 성 밖에 있는 어미 말들도 따라서 크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건너편에 방목한 반군의 말들이 그 소리를 듣고 한두 마리 물을 건너 달려오기 시작했다. 반란군 병사들이 아무리 말을 잡아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광필이 다시 명을 내렸다.

“성 밖의 어미 말들을 서둘러 다시 성안으로 들여보내라.”

성문이 열리자 망아지를 그리워하던 어미 말들이 일제히 달려 들어갔다. 그러자 그 순간 강 건너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천여 마리에 이르는 반군의 말들이 성 안으로 들어가는 암말들을 뒤쫓아 일제히 강을 건너 치달렸다. 반군 병사들은 말을 잡느라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랐다. 적의 진영이 혼란에 휩싸이자 이광필이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대열이 흐트러진 반란군은 전열을 채 정비하기도 전에 관군의 신속한 공격에 대패하고 말았다. 이는 ‘신당서(新唐書)’에 있는 이야기이다.

파적지계(破敵之計)란 적을 깨부술 완벽한 계책을 말한다. 전쟁이나 경쟁 또는 선거는 힘과 지혜와 의지의 대결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의 단점을 신속하게 찾아야 한다. 단점은 언제나 상대의 거짓말에 있다.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자와 정정당당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지혜로운 백성은 그저 웃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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