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때 청풍의 동정을 살피러 갔던 종사관이 관아정문인 중원루를 성급하게 들어섰다.

“어서 소상히 아뢰 보거라. 그래 작금 청풍의 형세가 어떠하더냐?”

“영감, 심각하옵니다. 관아 건물은 모두 불타고 양반과 토호들의 집도 읍내에는 성한 것이 없사옵니다. 저자는 모두 철시를 하고 민가도 모두 문을 닫아걸었습니다. 이미 아전을 비롯한 관속들 십여 명이 죽었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죽은 관속과 양반이 서른 명이 넘었다고도 합니다. 읍성에는 각 마을에서 몰려든 농민들이 수천은 능히 넘고도 남음이 있었사옵니다. 그들이 비록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아 초군에 다름없으나 그 의기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였사옵니다. 농민군들은 지금 충주관아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아무 연락이 없으면 수일 내에 이곳으로 쳐들어올 기세입니다. 아무래도 공주감영에 파병을 요청해야 할 듯하옵니다.!

종사관이 목사에게 청풍읍성의 상황을 소상하게 알렸다. 그러나 농민들이 왜 봉기를 일으키게 되었는지, 농민들이 이번 봉기에서 상하거나 죽은 숫자는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

“괴수는 누구라 하더냐?”

“그것은 알아내지 못했사옵니다.”

“일단 시간을 벌어야겠다.”

신태원 충주목사는 성문을 닫아걸었다. 그리고는 성문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의 검색을 철저하게 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충주 성안은 금방이라도 난리가 날 것처럼 어수선해졌다.

한편, 청풍의 농민군지도부에서는 충주목사로부터 소식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청풍부사의 완문을 들고 우 군장 하익수가 내려간 지 사흘이 지났지만 아무런 기별이 없었다. 농민군들 진영에서도 서서히 이탈자들이 늘어났다. 북진에서 도회가 시작된 지 벌써 보름이 넘도록 집을 비운 농민들이 대다수였다. 올해 농사 역시 극심한 가뭄으로 흉년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래도 농민들은 들판에 뿌려놓은 작물이 걱정되었고, 가을에 낟알 한 줌이라도 거둘 것이 있으면 앉아있어도 좀이 쑤시는 것이 농민들 마음이었다. 농민군지도부에서도 하루 빨리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 대책과 해결책이라는 것이 농민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아를 비롯한 타의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었다. 충주목사로부터 완문에 대한 보장을 받고 농민군을 해산해야만 도회와 봉기에 대한 명분과 목적을 얻는 것이었고, 그 못지않게 농민봉기에 대한 사후보복을 받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충주목사의 답을 가지러 갔던 우군장 하익수가 일절 소식이 없으니 농민군지도부로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빨리 마무리를 짓고 농민들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우 군장은 왜이리 안 오지요?”

“그러게 말이요.”

“분명 무슨 변고가 생긴 것 같소!”

“우 군장 단신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었소!”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소.”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것은 갇혀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완문을 가지고 간 사람을 뭣 땜에 가둔단 말이오. 우리 뜻이 이렇고, 부사가 이것에 대해 약속했으니 목사도 이를 승인만 해주면 될 일이 아니겠소?”

“완문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아닐까요?”

“그럼 이제까지의 고생이 몽땅 허사 아니오?”

“그렇다면 정식으로 농민대표단을 보내보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다 또 안 돌아오면 어떻하겠소?”

“그렇다고 지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잖소?”

“그것 참 맹랑한 일이군.”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대표단을 충주목사에게 보내고, 대표단의 동태를 살펴 알려줄 사람을 몰래 잠입시키는 것이…….”

“그거 좋은 생각이우!”

농민군지도부에서는 다시 대표를 선발해서 충주 감영으로 보냈다. 그러나 농민군들의 기대와는 달리 충주목사는 대표들이 입성하자마자 옥에 가둬버렸다. 충주목사는 농민군들의 뜻을 받아들일 뜻이 전혀 없었다. 이런 소식이 청풍읍성에 알려지자 농민군들은 분기탱천했다.

“충주관아를 깨부수고 우 군장과 대표들을 구출합시다!”

“관리들은 다 한통속이오.”

“충주목사한테도 본새를 보여주고 멱을 따버립시다!”

농민군들은 당장 충주관아로 쳐들어가자며 들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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