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조관재는 고을민에게 약조한 완문을 작성하라!”

“아녀! 그까짓 종위쪽지에 불과한 완문은 받아서 뭘 할거여.”

“당장 이 자리에서 대갈통을 박살내고 속이나 풀자구!”

농민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조 부사에 대한 농민군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농민들의 기세에 눌린 조 부사는 갖은 수모 끝에 농민군들이 요구하는 완문을 작성해 주었다. 조 부사는 농민군들에 의해 관아 부속건물인 수청각에 갇혔다. 농민군지도부는 동헌에 쌓여있던 문서들을 모조리 들어내 불태우고, 곳간을 열어 농민군과 고을민들에게 양식을 분배했다. 모든 사람들이 승리했다는 기쁨에 청풍읍성은 잔치분위기였다.

④ 농민군 충주읍성을 공격하다

조관재 청풍부사로부터 환곡을 철폐하겠다는 완문을 받아낸 농민군들은 승리감에 도취했다. 이 완문이 자신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농민군들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농민군 대장 우장규는 우 군장 하익수에게 완문을 직접 들려 충주목사에게 보냈다. 청풍부사의 완문을 받아든 충주관아는 발칵 뒤집혔다. 충주목사 신태원은 하익수를 잡아 가두고 모든 관속들을 소집시켜 사태를 논의했다. 그리고 즉시 공주 감영으로 파발을 띄웠다. 그러는 한편 청풍으로 종사관을 보내 상황을 살펴보고 오도록 했다. 충주관아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충주관아 동헌인 청녕헌에는 충주목사 신태원이 낭청·통인·서리를 거느리고 앉아있고, 마루 아랫단에는 비장과 급창이, 단 아래 마당에는 육방관속이 도열해 있었다. 청풍부사 조관재가 작성해준 완문을 가지고 온 청풍 농민군 우 군장 하익수를 취조하기 위해서였다.

“적도를 끌고 나오너라!”

신태원 목사가 나지막하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마루 아래 급창에게 말했다.

“적도를 끌고 나오랍신다!”

급창이 목사의 말을 받아 큰소리로 사령에게 전했다. 사령이 형옥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하익수가 족쇄와 수감에 오라줄까지 묶인 채 끌려나왔다. 하익수가 걸을 때마다 발목에 채워진 땅방울이 제멋대로 구르며 내딛는 발걸음을 방해했다.

“네 이놈! 지금부터 사실대로 고하거라. 만약 티끌만큼이라도 허언을 하면 살아남지 못하리라!”

신 목사가 땅바닥에 꿇려있는 하익수에게 말했다.

“목사,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는 거외까? 난, 농민군으로서 청풍부사가 자신의 탐학을 인정한 완문을 가지고 온 전령이오!”

“이 놈, 고을 수령을 협박해 완문을 받아냈다면 적도지 무슨 농민군이란 말이냐! 나라에 엄연히 국법이 있거늘 어찌 선량한 농민을 선동해 노략질을 일삼고 관까지 위협했단 말이냐?”

“나라에 국법이 있으면 양반님네들 법이지, 그게 어디 백성들을 위한 법입디까? 백날 억울하다고 소장만 올리면 뭐하겠습니까. 그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올리고 또 올려봐야 누구 하나 귀담아 들어주는 관속이 있습니까? 먹물하고 종이만 아깝지요. 삼 시 세 때 굶지만 않아도 태평성대라 나랏님 칭송을 하는 어리숙한 농민들이 낫들고 쇠스랑들고 일어났을 때는 오죽 살기가 힘들었으면 그리 했겠습니까? 목사는 어째 완문의 내용은 살피지도 않고 농민만 적도로 몰고 계십니까?”

하익수가 항변을 했다.

“이 완문은 어찌된 일이냐?”

신태원 목사가 청풍부사 조관재가 써준 완문을 내밀며 물었다.

“청풍부사가 농민군들한테 써준 것이오.”

“그래, 청풍부사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청풍관아에서 농민군들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농민이 부사를 보호한단 말이지?”

“그렀소!”

“그러니 네놈들이 적도가 아니고 뭐란 말이냐. 어찌 백성이 수령을 보호한단 말이냐. 네놈들이 겁박을 해서 이 완문도 쓴 것이 아니더냐?”

신 목사가 하익수를 몰아세웠다.

“네놈이 감히 날 능멸하려 드느냐!”

신 목사가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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