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청풍관아를 점령한 농민군 지도부는 금병헌에 임시 본부를 차렸다. 그리고 농민군들을 수습하고 향후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농민군들이 청풍의 내성과 외성은 물론 민가들까지 샅샅이 찾았지만 조관재 청풍부사와 김개동 형방의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농민군지도부에서는 조 부사를 찾아 농민군들이 봉기를 일으키게 된 원인과 농민들의 요구사항, 그리고 그에 대한 청풍부사의 답을 명시한 완문을 반드시 받아내야만 했다. 완문을 받지 못하면 농민군의 봉기는 한낱 폭도들의 난동쯤으로 치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농민군들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조 부사를 찾아 약속했던 완문을 받아내야 했다.

“우 대장, 혼란을 틈타 조 부사가 관아를 빠져나간 것이 확실한 것 같소이다.”

“도망을 갔다면 어디로 갔단 말이오?”

우군장 하익수의 보고에 이창순이 물었다.

“그야 충주관아로 가지 않았겠소?”

“그렇다면 경심령으로 간 것이 분명하오!”

초군장 천만이는 조 부사가 경심령을 넘어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심령은 청풍에서 봉화재를 넘지 않고 강기슭을 따라 충주관아로 직접 갈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그러나 워낙에 험준한 길이라 인근 고을민들도 웬만하면 이용을 하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런 험한 길로 갔다면 분명 조 부사 혼자는 아닐 것이었다. 누군가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 동행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 고장에서 대대로 살아오며 아전을 해먹는 형방 김개동이가 함께 가고 있을 공산이 컸다.

“기름쟁이 같은 놈! 농민군들이 첩첩이 관아를 둘러싸고 있었는 데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귀신 곡할 노릇이구만. 어서 쫓거라!”

좌군장 이창순이 초군장 천만이에게 서둘러 추적할 것을 명령했다.

“초군장 그쪽 지리는 오슬이가 환하게 꿰고 있으니 데려가도록 하시구려.”

중군장 차대규가 자신의 휘하인 기별군의 오슬이를 내주었다. 오슬이를 따라 천만이와 초군들이 조 부사를 잡기 위해 청풍읍성의 서문인 팔영루를 서둘러 빠져나갔다.

청풍부사 조관재와 형방 김개동이 초군들에게 붙잡혀 청풍읍성으로 되돌아온 것은 저녁나절이었다. 그들은 노을을 등에 업고 팔영루를 통해 농민군들이 모여 있는 도회장으로 들어왔다.

“쉬이- 물렀거라!”

초군장 천만이가 농민군들을 헤치며 거드름을 피웠다.

“청풍부사 납시오!”

“형방나리 납시오!”

길라잡이 행세를 하는 천만이를 따라 조관재와 김개동이가 가마도 아닌 초군들이 만든 말을 타고 농민군 사이를 지나갔다. 그 뒤로는 군졸들이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뒤따랐다.

“부사 위세 한번 당당하구나!”

“부사 타는 인마를 기름기 좔좔 흐르는 아전들로 만들지, 어째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초군놈들을 말로 썼다냐?”

농민군들이 도포에 갓을 쓰고 인마를 탄 두 사람의 꼬락서니를 보고 야유를 퍼부으며 비웃었다. 연단 앞에 다다른 초군들이 서로 잡고 있던 깍지를 동시에 풀었다. 그 바람에 조 부사와 김개동이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어디서 잡았는가?”

농민대장 우장규가 물었다.

“이미 경심령을 넘은 것을 추격해 노루목에서 잡았습니다.”

천만이가 우 대장에게 경과를 보고했다. 노루목은 살미와 충주의 경계에 있는 달천강가의 좁은 협곡이었다. 노루목만 지나면 충주목 관할의 남산성이 코앞이었고 곧바로 목사가 있는 관아로 이어졌다.

“조금만 늦었어도 놓칠 뻔 했구려.”

“오슬이가 지름길로 질러가지 않았으면 하마 충주관아로 들어갔을 거구먼요. 오슬이가 알려준 길을 따라 우리가 먼저 노루목을 지키고 있다 덮쳤습니다요!”

“오슬이가 정말 큰일을 해냈구나!”

우 대장이 오슬이의 공을 치하했다.

함께 조관재 일행을 붙잡은 초군들은 주변으로 몰려든 농민군들에게 그들을 잡은 무용담을 닷 발은 과장되게 부풀리고 있었다. 청풍부사 조관재와 형방 김개동이가 도회장의 연단 위로 끌려 올라갔다. 붙잡혀온 조 부사를 보며 농민군들이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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