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255년 전국시대,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은 재상 범수와 장군 백기를 등용하여 나라를 크게 부흥시켰다. 이를 발판으로 동쪽에 있는 여섯 나라를 공격하여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그러자 위기에 처한 여섯 나라가 긴급히 모여 군대를 연합하기로 합의하였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 나라의 고위관료며 나름대로 똑똑한 이들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진나라 소양왕은 당혹스러웠다. 연합군과의 전투가 그다지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재상 범수가 나서서 아뢰었다.

“소신이 그들의 연합을 곧바로 중단시키겠습니다. 여섯 나라의 고위관료들은 그저 집을 잘 지키는 여섯 마리 개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행동이 가지각색이지만 서로 싸우지는 않습니다. 그건 서로 의리가 좋아서거나 우호적이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개들 한가운데 살점이 두둑한 뼈 하나를 던져놓으면 상황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 개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먹으려고 달려들 겁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사이좋았던 개들이지만 한 순간 물고 뜯고 서로 싸우고 말 것입니다. 여섯 나라의 대책이 바로 이런 것이니 대왕께서는 아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소양왕은 재상 범수에게 일처리를 맡겼다. 범수는 즉각 여섯 나라의 고위관료에게 은밀히 신하들을 파견했다. 이때 값진 보물을 선물로 같이 보냈다. 그리고 진나라에서 가까운 무안이라는 도시에서 성대한 연회를 열 예정이니 참석토록 초정하였다. 이 제안에 거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진나라 왕이 자신을 귀하게 대접을 해주자 그저 황공하여 연회에 참석했다. 이어 먹고 마시면서 흥이 한창 오를 무렵 진나라 신하가 나서서 말했다.

“오늘 귀하신 분들이 참석하셨는데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참석하신 여러분들을 위해 저희 소양왕께서 황금 5천 냥을 하사하셨습니다. 왕께서는 진나라에 우호적인 분이라면 몇 천 냥의 금을 가져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진나라에 반대하는 분이라면 조금도 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참석하신 여러분들이 서로 잘 의논하셔서 현명하게 황금을 나눠가지시기 바랍니다.”

곧 이어 황금 5천냥을 실은 마차가 연회장에 들어왔다. 각 나라의 각료들은 그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시 황금 백냥이면 갑부로 살 수 있고, 천냥이면 나라의 절반을 살 수 있는 규모였다. 한 순간 합의니 단결이니 하는 것들은 깨어지고 서로 황금을 차지하기 위해 비난하고 싸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얼마 후 동쪽 여섯 나라는 모두 진나라 군대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이는 ‘전국책(戰國策)’에 있는 이야기이다.

예의염치(禮義廉恥)란 공직에 있는 사람이 지켜야 할 네 가지 도리를 말한다. 바로 예의와 정의와 청렴과 부끄러움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이들은 공익이 사익보다 우선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런데 공익을 이용해 사사로이 이익을 취해도 오래도록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이는 공공기관이 도적놈이란 것과 다를 바 없다. 도적놈에게 관리를 맡기면 나라 팔아먹는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서둘러 도적놈을 잡아야 한다. 이참에 엄한 기율과 형벌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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