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경계’ 라는 말이 이렇게 힘을 발휘하는 시기가 있었을까 싶다. 일년이 넘도록 자의든 타의든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 힘겨움이 지속되며 고립되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거리둠이 미화되고 있는 지금, 일인 가구가 부쩍 늘어가고 있는 사회현상 속에서 꽁꽁 얼어붙고 낯선 곳에 희망의 향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 당신을 사랑해요’는 ‘소피의 달빛 담요’로 따뜻함을 전해주었던 에일린 스피넬 리가 글을 폴 얄로위츠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다.

키가 껑충하고 깡마른 해치씨는 절대 웃지 않는다. 매일 아침 정확한 시간에 집을 나서 자신의 일터에 곧바로 간다. 점심시간에도 혼자서 식사를 한다. 퇴근 후에는 가판대에 들러 신문을 사고 가게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신문읽고 샤워하고 잠자리에 든다. 단순하게 산다.

‘저 사람은 외톨이야.’ 사람들이 해치씨에게 하는 말이다.

어느 토요일 해치씨에게 분홍색 리본에 묶인 하트모양의 선물상자가 배달된다. ‘누군가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카드와 함께. 그제서야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라는 걸 깨닫고 누가 보냈는지 무척 궁금해하며 그 상자가 잘 있는지도 확인해가며 일을 한다. 자신을 몰래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웃고, 손뼉치며 춤도 춘다. 사탕도 하나씩 꺼내 먹는다. 해치씨는 얼굴을 단장하고 서랍 속에 처박아 두었던 셔츠와 넥타이도 꺼내 멋을 내고 산책에 나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은 놀라서 격한 반응을 보인다. 해치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월요일에 출근한 해치씨는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 한가운데 자리 잡고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걸고 사람들에게 상자의 사탕을 꺼내준다. 퇴근길에는 가판대에 들러 말을 건네고 박하사탕을 사고 감기에 걸린 스미스씨가 병원에 다녀오도록 가판대를 대신 봐준다. 오는 손님마다 혹 이 사람이 나에게 카드를 보낸 사람이 아닌가 설레어하며. 칠면조가게에 들러서는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는 토드씨의 딸을 찾아서 데려다준다. 그러던 어느 날 우편배달부가 찾아와 그 소포를 잘못 배달되었는데 아직 그 소포를 가지고 있느냐고 풀이 죽어 말한다. 해치씨는 간직했던 상자를 카드와 함께 돌려준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해치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토요일 해치씨가 청소를 하려고 현관을 나오자 ‘우리 모두 해치씨를 사랑해요.’라는 분홍색 현수막과 온갖 선물이 쌓여있고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해치씨는 눈물을 흘리며 정말로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후다닥 현관을 뛰어 내려간다.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이름다운 구성이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적당한 이야기다.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글 자체만으로 쉽게 신나고 공감되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소통을 간절히 원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거나 깊은 상처가 있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외로운 이웃을 어둠으로부터 어떻게 나오게 하는지 들려준다. 아주 적극적으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너도 한 번 시도해 볼래?’하는 듯하다. 해치씨는 현대사회에 아주 흔하지만, 해결의 방법을 찾지 못하는, 아니 무관심해서 찾으려고도 않는 우리와 이웃이 함께 노력하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사정을 알려고 하고 그 방법을 찾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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