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이젠 사실대로 자초지종을 네 입으로 밝히거라!”

농민군대장 우장규가 충길이에게 호령했다.

“나는 청풍관아의 수졸이오. 나는 부사의 명을 받아 충주목사에게 서찰을 전하러 가던 길이 맞소!”

“농민군들에 관한 내용이 세세하게 다 그려져 있는데 이는 어찌된 일인가?”

“그건 나도 정말 모르는 일이오!”

하기야 일개 수졸이 그런 비밀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수졸 충길이 말이 맞을 성 싶었다.      

“유겸호, 너도 진정 모르느냐?”

농민대장 우장규가 다시 물었다.

“모르오!”

유겸호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 서찰을 유겸호에게 보여 주시요!”

서찰을 읽은 유겸호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역력했다.

청풍부사 조관재가 충주목사에게 보낸 두 개의 서찰 중 하나에는 유겸호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유겸호는 청풍 교리에 사는 사족으로 평소 관아의 일에 비협조적인 불량한 자입니다. 이 자는 통환과 관련하여 관아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비밀리에 농민들과 도회를 결성하여 사족대표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나와 밀약을 맺고 관아에 협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천성이 표리부동하여 언제 돌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니 목사께서 이 자에게 청풍의 전후 사정을 들으신 후 즉시 옥에 가둬두시기 바랍니다.

“이제 사실대로 말해 보거라!”

“무엇을 말이오?”

“조 부사와 맺은 밀약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그건 조 부사의 꼼수요. 나는 모르오!”

“유겸호 너는 이래도저래도 어차피 죽을 목숨이다. 죽기 전에 어찌된 일인지 진실을 밝히거라! 혹시 또 알겠느냐? 네가 진정으로 개과천선한다면 농민군들이 너를 어여삐 여겨 목숨이라도 살려주게 될지.”

우장규가 유겸호를 어르고 달랬다.

“…….”

유겸호는 아무 말도 없었다.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 부사도 너를 배신한 마당에 뭘 망설이느냐. 도대체 조 부사와 맺은 밀약이 무엇이냐?”

“내가 여러 농민군들께 모든 것을 밝히고 달게 처분을 바라겠소이다. 청풍부사 조관재는 내게 농민군의 조직과 현재의 실상을 알려주면 완문을 써주겠다고 약속했소. 그래서 알려주었소이다. 그러나 완문을 써주겠다는 약속은 처음부터 거짓이었소. 조 부사는 그것을 빌미로 내게 협박을 했소. 내가 농민군들에게 이 사실을 공포하면 당신은 그곳으로 돌아가도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 응분의 대가를 주겠다며 자기에게 협조를 하라고 했소이다. 그것을 밀약이라고 하는 것 같소이다.”

“그래, 조 부사가 약속한 응분의 대가가 무엇이며 당신은 무엇을 해주기로 약속했소?”

“조 부사는 내게 직접 충주목사를 만나 청풍의 현재 사정과 농민군들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군사를 요청하라고 했소. 그렇게 해서 농민군 반란이 평정되면 통환은 물론 모든 부역을 면제해 주고 청풍관아에서 가지고 있는 둔전 경작권을 주겠다고 했소. 그것이 전부요!”

“농민군 목숨을 빼앗아 제놈 사리사욕을 채우려 했다면 그게 전부지 뭐가 더 있을게 있느냐? 이런 쳐 죽일 놈!”

좌군장 이창순이 당장 쳐 죽일 것처럼 칼을 빼들었다.

“여러분, 진정 저는 제 욕심만 차리려 한 것이 아니오이다. 저는 가능한 한 우리 고을민들이 다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랄을 뿐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농민군들을 팔아먹은 배신자가 아니냐? 네 스스로도 네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잘 알 것이다. 처음부터 너는 고을민들의 고통보다 네 안일만을 고집했다는 것을 여기 모인 농민군들은 다 알고 있다. 이제 네 목숨은 농민군들의 결정에 달려있다. 이의가 있느냐?”

“…….”

유겸호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여러분, 배신자 유겸호를 어떻게 하겠소이까?”

우장규가 농민군들을 향해 의견을 물었다.

“죽입시다.!”

“배신자의 말로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줍시다!”

“물어볼 것도 없소!”

운집해 있던 농민군들은 분노했다.

“당장 더러운 모가지를 날려버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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