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380년 전국시대. 위(魏)나라는 대륙 한가운데 위치하여 동쪽으로 제나라 서쪽으로 진(秦)나라, 남쪽으로 초나라, 북쪽으로 조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나라가 강할 때는 사방에서 땅을 쉽게 얻는 장점이 있지만 나라가 약할 때는 쉽게 땅을 빼앗기는 단점이 되었다. 하루는 군주인 무후(武侯)가 자신을 보필하는 장군 오기에게 물었다.

“우리 군대는 항상 안정되고, 수비는 늘 견고하고, 언제라도 적과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전략이 있으면 말해주시오.”

오기가 이에 대해 대답했다.

“진영을 안정되게 하려면 유능한 자를 윗자리에 앉히고 무능한 자를 아래에 두시면 됩니다. 적의 공격에 맞서 수비를 견고하게 하려면 백성들의 일과 거주할 집이 안정되어야 하고 관리들이 청렴하면 됩니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전략이라면 백성들이 모두 우리 군주는 옳고 적의 군주는 나쁜 것을 알면 됩니다.”

아무리 군주가 나라를 잘 다스려도 관리가 도적놈이면 나라가 흉흉해진다. 그러면 백성들은 모두 제 살기에 바빠 아무도 나라를 지키려 하지 않는다. 그 빈틈을 노려 적이 쳐들어오면 나라는 혼란에 휩싸이고 곧 망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의 처신과 행동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자주색 옷을 무척 좋아했다. 조정의 신하들과 왕실의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자 모두 자주색 옷을 입고 다녔다. 이 사실은 곧바로 관리들에게 전해졌고 급기야 백성들에게도 알려졌다. 그러자 성 안과 밖에 모든 백성들이 자주색 옷을 즐겨 입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자주색 옷을 입자 자주색 옷감 가격이 폭등했다. 이는 결국 백성들에게 걱정거리가 되어 조정에 상소가 올라오게 되었다. 환공이 이를 읽고 근심하여 재상인 관중(管仲)에게 해결책을 물었다.

“자주색 옷감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데도 백성들은 여전히 자주색 옷감을 찾으니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관중이 대답하였다.

“이는 군주께서 모범을 보이시면 바로 해결될 문제입니다. 먼저 군주께서 자주색 옷을 멀리하시고 신하 중에 자주색 옷을 입은 자가 있으면 꼴도 보기 싫다고 물러가라 하시면 됩니다.”

환공이 그날로 관중의 말대로 실행하자 조정이며 거리에서 자주색 옷을 입은 자가 점차 사라졌다. 사흘이 지나자 나라 안에서 자주색 옷을 입은 자는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는‘한비자(韓非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민유본방(民惟本邦)이란 국민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뜻이다. 나라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국민이고, 그 다음이 정부고, 대통령은 가장 아래인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는 관리가 청렴하고 법이 공평한 나라다. 대통령이 아무리 유능해도 관리가 도적놈이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백성들은 살기가 어려워진다. 그런 도적놈은 엄벌에 처해야 하는데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더 도적놈이면 법이 무슨 실효가 있단 말인가.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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