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충청매일] 저는 우리 춤을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 춤의 말뜻에 대해서는 좀 압니다. 제가 국어를 전공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말의 뜻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얄팍한 지식으로 춤을 이해하고, 심지어 원리를 가르치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말을 잘 뜯어보면 우리 춤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춤’이란 우리말은 어원이 무엇일까요? 이걸 알면 우리 전통춤의 원리를 단박에 깨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댄스라고 하는데 이것은 손과 발을 내뻗는 동작을 말합니다. 중국어 무용(舞踊)의 무(舞)는 여럿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말하고, 용(踊)은 손짓발짓을 말합니다. 세계 모든 겨레의 춤이 손발을 뻗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우리말 ‘춤’은 그렇지 않습니다. ‘춤’은 ‘추다’의 명사형입니다. ‘추다’는 ‘들추다, 추키다.’ 같은 말에서 보듯이 위로 올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춤의 핵심 원리는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무엇을 들어 올리느냐? 뼈마디 부분입니다. 손을 들어 올릴 때 손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어깨부터 들추라는 말입니다. 우리말에 ‘어깨춤을 춘다.’고 하는데, 손보다 어깨의 움직임이 중요함을 나타낸 것입니다. 여기에 ‘덩실’만 추가하면 우리 춤은 다 이해한 것입니다.

우리 춤의 중요한 원리는 2가지입니다. 비정비팔과 까치걸음. 비정비팔은 활터에서도 그대로 쓰는 용어입니다. 발이 놓인 모양을 말하는 것입니다. 두 발의 모양이 한자의 정(丁)과 팔(八) 모양을 닮은 듯 안 닮은 듯하다는 말입니다. 즉 똑바로 선 것이 아니라, 약간 삐딱하게 놓인 발 모양을 말합니다. 이렇게 약간 삐딱하게 서서 발목 무릎 엉덩이의 마디를 들추기만 하면 저절로 춤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밑에서 올라온 움직임을 어깨로 보내어 또 추켜올리고 손을 흔들면 완벽한 한국 춤이 됩니다.

비정비팔이 발 놓는 모양을 말한 것이라면, 까치걸음은 움직이는 원리를 말합니다. ‘까치설날’의 <까치>는 까악 까악 우는 까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까치’는 으뜸의 아래인 ‘버금’을 뜻하는 말입니다. 즉 정식 크기에 못 미친다는 말입니다. 예컨대 까치발이란 뒤꿈치를 들어서 앞굽으로만 선 불안한 발모양을 말합니다. 보통 설 때의 발보다 절반가량으로만 땅을 디디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까치발’입니다. 까치걸음은 제대로 된 걸음의 절반 정도로 걷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길을 갈 때는 성큼성큼 걷습니다. 그런데 춤을 출 때는 그런 걸음의 절반 정도로만 걸으라는 얘기고 그렇게 걸어보면 이게 걷는 건지 그 자리에 서있는 건지 구별이 잘 안 됩니다. 춤출 때 이렇게 반 걸음 정도만 걸으며 덩실덩실 마디를 추키면 정확한 한국 춤 동작이 됩니다. 앞으로 나간 듯 만 듯하게 몸을 이동시키며 뼈마디를 위아래로 추켰다 내렸다를 되풀이하는 겁니다. 그러면 누가 보아도 한국 춤의 고수처럼 보입니다. 우리말이 가르쳐주는 한국 춤은 아주 간단합니다.

활쏘기 얘기를 하다가 춤의 원리까지 주절거리고 있으니, 제가 이제 살다 살다 별짓을 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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