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마침내 청풍 읍성에서 처음으로 농민군의 분노가 불길로 타올랐다. 협상이 별 성과 없이 결렬됐음을 알게 된 초군과 사노가 주축이 되어 읍성 내 양반·지주들과 토호들, 관아 아전들의 집으로 몰려가 요절을 냈다. 이들을 선도한 것은 김 씨네 외거노비인 양태술과 두 번째 도회를 모의했던 광아리 나무꾼 천만이었다. 성과도 없는 도회만 거듭하고 있는 농민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비록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그간 당한 화풀이라도 하고 죽어야 응어리진 한이 풀어질 것 같았다. 초군과 사노들이 청풍읍성 안을 몰려다니며 관속과 양반·지주들을 응징한 것은 이들이 평소 농민들을 지독하게 괴롭혔던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농민지도부도 청풍부사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실력행사로 들어가겠다고 약속을 한 뒤라 이들을 막을 명분도 없었다.

농민도회 지도부에서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제부터는 농민군 체제를 재정비하여 조직적인 항쟁이 필요했다.

“일단 기존의 농민군 조직을 이용하여 좌군은 읍성의 외성 방비를 맡고, 우군은 관아를 둘러싼 내성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중군은 읍성 안 사람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량한 일들을 사전에 단속해주기 바라오. 좌군과 우군보다도 중군의 소임이 중하니 차대규 중군장은 각별히 신경을 쓰기 바라오!”

우장규 농민군 대장이 각 군장들에게 단단히 일렀다.

“우 대장, 저 놈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충주목사와 연락을 취하려 할 텐데 어떻게 하실 요량인지요?”

우군장 하익수가 물었다.

“이 보시오!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왜 대장한테 물어보는 거요?”

좌군장 이창순이 하익수에게 핀잔을 주었다.

“이 보시우, 좌군장! 내가 그걸 몰라 물어보는 줄 아시오?”

“나중에 책임 회피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뭣 때문이요?”

“소견이 그 모양이니 노상 좌충우돌인 거요.”

“뭐시여!”

이창순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저런 게 좌군장이라니.”

하익수가 한심하다는 듯 이창순을 비웃었다.

“내가 너부터 때려죽여야겠구먼!”

“그만두게. 그래 우군장 무슨 얘긴가?”

“저 놈들이 관아에 고립되어 있으니 바깥으로 도움을 청하려 들지 않겠습니까?”

“당연지사 그러하겠지.”

“저들은 수는 적지만 조련이 잘된 군사에 좋은 무기까지 갖추고 있소이다. 반면에 우린 김이나 매고 풀이나 뽑던 농군들 아닙니까? 그러니 저들을 막으려면 여러 방비책이 필요할 듯해서 드리는 말씀이외다.”

“백 번 옳은 얘기요. 그래 우군장은 무슨 좋은 생각일랑 있소?”

“제 소견으로는 농민군 중에서 건장하고 날랜 젊은이들을 선발해서 별동대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외이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렇다면 별동대 조직은 자네가 책임지고 맡도록 하게!”

우장규 농민군 대장이 하익수 우군장에게 별동대 결성을 일임했다.

“아닙니다. 별동대 결성과 통솔은 이중배를 특별군장으로 삼아 추진하심이 좋을 듯싶소이다. 그리고 별동대는 언제든 부릴 수 있도록 대장 직할로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익수가 구담에서 농민군을 인솔하고 왔던 이중배를 추천했다.

이중배는 본래 서자 출신이었다. 그 아비는 구담 지역에서 행세깨나 하는 양반이었지만 어미가 첩실이었으므로 어려서부터 천대를 받으며 자라나 세상에 불만이 많았다. 특히 자라나면서 자신의 태생 때문에 입신양명의 길이 막혀있음을 알고 낙심하여 허랑방탕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기골이 장대하고 몸이 재빠른 재능을 보고 아깝게 여긴 그의 아비가 무술을 권한 이후 주색잡기를 끊고 수련에 전념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이중배를 별동대 특별군장으로 삼겠으니 진력을 다해주기 바라오!”

“대장님을 성심으로 모시겠나이다!”

별동대 특별군장에 임명된 이중배가 우장규 농민군 대장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없소이까?”

“제 생각으로는 초군들과 사노들을 농민군과 분류시켜 따로 운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방금 특별군장에 임명된 이중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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