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요사이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돈 쓰는 이야기만 보인다. 코로나 19 극복을 명분으로 내놓은 ‘한국판 뉴딜’은 ‘그린 뉴딜’로 디지털·친환경 산업에 160조 원의 뭉칫돈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4차 재난 지원금으로 19조5천억원의 예산을 책정하였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5차와 6차 재난 지원금을 주어야 할 것이다. 7조에서 28조까지 예상되는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다. 잡히지도 않는 부동산을 잡겠다고 주거안정대책으로 11조 원을 편성하였다고 선전한다. 선거철이 되자 올 예산에 SOC 투자 비용은 전년도와 비교하면 3조원이 늘었고, 복지를 명분으로 퍼주는 예산이 20조원 가까이 늘고 있다.

현대국가는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국가의 재정팽창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에 의하여 서구의 많은 국가는 GDP 대비 공공부문의 지출이 50%를 넘어서기도 한다. 그러나 재정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있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돈을 쓰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순히 OECD 평균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재정을 확대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빚내서 돈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팽창과 관련하여 대체효과 이론이 있다. 대체효과 이론은 전쟁 등의 위기 시에 팽창한 재정지출이 평상시가 되어도 환원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코로나 19에 의하여 확대된 재정이 코로나 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늘어난 재정지출은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지만,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신중한 분석이 요구된다. 모든 부분에 적용되는 가장 상식적인 법칙으로 “있을 때 잘하라”고 한다. IMF가 터지고 금융 위기가 발생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더 어려워지게 된다.

성공한 갑부의 공통점은 절약한다는 것이다. 졸부는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지만 진정한 부자는 돈 자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정부와 집권자들은 돈 자랑을 하고 있다.

예산 및 재정 지출에 가장 합리적 방법은 정책목표와 비교하여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해야 할 것에 대하여 우선순위를 결정하여 자원을 배분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제도화한 것이 성과주의 예산이고, SOC 등의 국책 사업에 대한 사전 예비타당성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와 여당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자 한다. 그 진행 과정을 보면 여당이 비판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다른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재정 부분에는 소를 잡아먹겠다는 사람만 있지 소를 지키겠다는 사람은 없다. 마구간을 지켜야 할 기획재정부는 정치인의 한마디에 꼬리를 내리고, 관련 부처는 정치판에 화음만 내고 있다. 전문가와 학자들은 방관하고, 도둑이 나누어 주는 떡고물에 시민은 침묵한다. 내 소는 내가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론일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