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네 이놈, 우복아! 넌 다시 태어난 몸이니 이제부터는 개과천선하여 죽을힘을 다해 좌군장을 돕도록 하거라!”

“대장님! 대장님!”

우복이가 말을 잇지 못하고 대장님만 거푸 불렀다. 다시금 도회장에는 고을민들의 박수 소리가 가득했다.

한편 월악산 복평에서 청풍으로 향하던 농민군들은 봉화재 아래 역참 찰방에게 사사로운 일에 마을 농민들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것과 객사에 머무는 관원들의 숙식을 위해 수시로 강요했던 잡세들을 앞으로는 절대 걷지 않겠다는 완문을 받아내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구담에서 온 농민들은 좌군에 편입시키고 이중배 동지도 일단 이창순 좌군장과 힘을 합쳐 도회를 이끌어주시오! 복평에서 온 농민들은 우군에 편입시키도록 하시오!”

농민대장 우장규가 새로 도회에 참석한 농민들을 좌우군에 편입시켰다.

이렇듯 청풍 관내 농민군들은 곳곳에서 떼를 지어 고을민들의 억울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청풍 읍성도회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청풍읍성 안은 농민군들로 그득했다. 청풍읍성 전체가 머리에 두건과 띠를 두른 농민군들로 북적거렸다. 농민군들은 읍성도회장에서 관아와 양반·지주들을 성토하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그 시각 농민지도부에서는 앞으로의 농민운동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다.

“우선 제일 시급한 문제가 조 부사를 만나 우리 뜻을 전달하는 게 아니겠소?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봅시다.”

“지금 계속해서 연통을 넣고 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소!”

“언제까지나 그놈의 연통 타령이오? 당장 쳐들어가 관아를 때려 부숩시다!”

우장규의 말에 유겸호가 청풍부사에게 보낸 연통 이야기를 하자 이창순이 듣기도 싫다는 듯 버럭 화를 냈다.

“좌군장! 좀 더 심사숙고 합시다.”

“이젠 대장도 유겸호에게 물들었소?”

이창순이 우장규를 비난했다.

“나라고 당장 관아문을 깨부수고 쳐들어가 조 부사에게 답을 듣고 싶지 않겠소? 그러나 저들에게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되오. 자칫하면 많은 고을민들이 크게 상할 수도 있소! 우리는 고을민들의 어려움이 관아의 환곡과 양반·지주들의 착취에 문제가 있음을 조 부사에게 알리고 약속을 받으면 되지 않겠소?”

농민대장 우장규가 노선을 급선회한 것은 고을민들의 안전에 있었다. 우장규가 처음 도회를 모의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농민들이 호응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고을민들의 불만이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 도회에 모인 고을민들의 대다수가 강경파인 자신을 지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농민군의 최고 수장인 자신이 함부로 몸을 움직였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소이다. 만약 우리가 관아를 부수고 양반들의 재산을 약탈한다면 관아에서는 폭도로 몰아붙여 우리 고을민들의 본뜻을 전도시키려 할 것이오!”

유겸호가 우장규의 말에 힘을 얻은 듯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언제까지나 조 부사 답을 기다리며 도회만 열고 있을 참이오?”

“이번에는 우리 지도부의 이름을 등장해서 충주목사에게 보내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그것은 반대하오! 일단 우리 고을 문제니 조 부사의 답을 듣는 것이 순서일 듯싶소. 그러니 지금까지 도회에서 거론된 고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문서를 작성하시오. 그런 다음 내가 직접 조 부사를 찾아가 담판을 짓겠소!”

관아에 등소하는 것을 확대해보자는 유겸호의 의견은 우장규가 묵살했다.

“그리고 도회에 모인 고을민들도 군령을 세워 기강을 잡아야 하겠소. 지금 우리 고을민들 떼를 지어 곳곳에서 행한 행동들을 보면 보기에 따라 도적처럼 보였을 수도 있소이다. 억울한 사정을 알리기 위해 모인 우리가 또다시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아무리 좋은 뜻으로 모였다 하더라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우리를 똑같이 도적으로밖에 더 보겠소이까? 그러니 좌군장, 우군장, 중군장들은 각별히 신경을 써서 통솔을 해주기 바라오!”

“그리고 우 대장, 도회에 모인 고을민들 의식주도 문제요.”

우군장 하익수가 며칠째 계속된 도회에 참여하느라 건천에서 잠을 자며 먹는 것까지 부실해진 고을민들을 걱정하며 말했다.

“그 문제는 내가 북진여각 최풍원 대행수께 다시 한번 더 말해 보리다.”

중군장 차대규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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