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공공기관의 활동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라스웰(H.D.Lasswell)은 “언론이란 환경 감시 기능은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적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 사회화 작용의 교육·문화 기능을 내재한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그 행위가 법률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할 일이며, 설령 법률적 일탈 행위가 없었다 해도 부정적 여론이 존재한다면 수정토록 유도하는 기능도 언론의 책무다.

이를 통해 갈등과 불만을 해소하고, 주관적 판단에 경도된 행정 행위의 객관화를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들어 언론중재 기능이 강화되면서, 언론의 비판 보도에 대해 행정기관이나 그 기관에 속한 구성원들이 이를 남용해 ‘방어기제(防禦機制)’로 삼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폐해로 작용한다.

최근 본보는 청원경찰서의 상반기 인사 방침이 통상적으로 이뤄져왔던 종전 방침과 결을 달리하고, 다른 경찰서의 인사방침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성 기사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우범 서장의 주관적 의사가 대폭 작용, 소위 ‘직원 줄세우기’가 아니냐는 내부 불만이 제기된 것이 보도의 배경이다.

본보는 보도 과정에서 청원경찰서의 인사 방침이 위법이라고 한 사실이 없다. 청원경찰서의 주장대로 규정상 인사는 부서장의 고유권한이자 이 서장이 지시한 인사방침 또한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해도, 통상적인 인사 관행을 벗어나거나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다른 경찰서와 비교할 때 유독 청원경찰서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다면 적법한 행정행위도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것뿐이다. 이에 대해 이 서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다.

이 서장은 신청 취지를 통해 “타 경찰서 인사내신 조건과 다를 바 없으며, 정확한 취재나 사실 확인없이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 서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청원경찰서가 ‘현 보직 2년 이상 전원을 포함한 1년 이상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흥덕경찰서는 ‘3년 이상 근무자 전원과 2년 이상 근무자 중 희망자’, 상당경찰서는 ‘2년 이상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되, 20% 이내에서 1년 연장 가능’을 내신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렇게 명확하게 조건이 다르고 더욱이 이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촉발됐음에도, 다른 경찰서와 다를 게 없다고 항변하며 사실과 다른 ‘허위 보도’를 했다고 왜곡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허위보도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명백한 사실’을 배척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본보 보도는 이 서장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의도가 아닌, 청원경찰서 인사 방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공공의 이해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어떤 사실을 기초로 하여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그 행위가 공공의 이해에 관계되고, 그 목적이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일 때 위법성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비판보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했다면 정정보도를 게재하는 등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 행정기관의 장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주관적 주장으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려는 이 서장 또한 응당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만일 정정보도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이 나온다면 이 서장의 신청 취지처럼 ‘행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충청매일의 노력과 가치를 훼손하였으며, 직원들의 사기 저하 및 언론보도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와 명예훼손을 초래한 만큼’ 직을 걸고 그 책임을 질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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