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최근 충북의 환경단체가 청주시 미호천 일대의 산업단지 조성을 중단하라고 성명서를 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흰수마자의 서식지에 영향을 주는 개발이기 때문이다. 미호천은 미호종개의 서식지이며 황새생태연구원(한국교원대학교 내)도 위치하는 등 보호해야 할 생물들이 서식하는 공간이다. 최근 수질이 좋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금강수계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이기도 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흰수마자 몇 마리가 뭐 그리 중요하냐? 물고기 몇 마리 보호한다고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이냐?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는 것이 우선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호천은 우리 생활과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먼 공간인데, 거기에 사는 물고기 때문에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흰수마자와 산업단지 개발의 사회적 갈등과 충돌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 4단계 자존심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 욕구의 단계들은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채워져야 다음 단계로 간다고 한다. 즉, 먹고 자고 번식하는 생리적인 욕구가 해결돼야 비로소 안전을 추구한다. 안전이 확보돼야 공동체의 소속감과 사랑을 바라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욕구의 단계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적용된다.

유시민 작가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변화를 이 욕구의 5단계로 설명했다. 1960∼70년대에는 먹고사는 1단계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발전을 위해 사회적 안전과 공동체 소속감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의 부도덕과 범죄행위는 마땅히 지탄받고 죄를 치러야 하지만, 경제성장을 다른 가치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공감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따른 사회적 욕구의 공감이 없이는 세대간 이해와 화합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그로부터 반세기가 더 지난 현재, 우리 사회는 어느 단계에 와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지금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 것일까? 필자는 우리나라가 물리적 요소에 의한 경제성장은 이제 한계점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즉, 기존의 개발 위주의 발전은 더 이상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없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가 보여준 사회적 신뢰와 의식 수준, 즉 신뢰자본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 필요하다. 이제는 먹고사는 1단계 욕구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적 안전과 공동체적 소속감을 추구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우리 스스로 믿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대적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이며,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1960∼70년대의 기성세대가 생리적 욕구 해결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지금 세대가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기성세대 또한 지금 세대들이 안전과 공동체 소속감의 욕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 줘야 한다. 세대 간의 욕구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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