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 청주 나비솔한방병원 원장

 

오늘은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대로 ‘당귀(當歸)’라는 약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고자 합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는 냄새만 맡고도 당귀를 알아보시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에는 일부 고기집이나 쌈밥집에서 당귀의 잎을 쌈재료로 줄때를 제외하고는 많은 분들이 당귀를 구경해보지도 못한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어떤 기회이던간에 한번 당귀의 향을 경험해보신 분이라면 평생 그 향을 잊지 않고 기억하시리라 봅니다.

당귀는 특유의 좋은 향뿐만 아니라, 그 약성(藥性, 약의 성질) 또한 다양해 수 많은 질환에서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본초서(本草書)에는 “당귀는 맛은 달고 약간 매우며 성질은 따듯하다”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맛이 달다는 것은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부족한 것을 보충해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성질이 약간 맵고 따듯하다는 것은 혈관을 확장하고 순환을 촉진하여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당귀의 특성을 바탕으로 그 효능을 보자면 첫 번째로, “풍(風)을 제거하고 경락에 기가 잘 통하게 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풍’하면 많은 분들이 뇌혈관질환인 ‘중풍(中風)’을 떠올리시겠지만 한의학에서 ‘풍’은 원인이기도 하고 증상이기도 한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현대의학의 언어를 빌리자면 신경반응에 대한 문제, 혈관반응에 대한 문제, 자율신경에 대한 문제 등등, 시시각각 증상의 변화가 다양하고 고대 해부학 및 생리학적인 지식으로는 그 원인을 유추하기 어려웠던 질환의 원인이나 증상을 ‘풍’이라는 단어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쨌든 ‘풍’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더라도, ‘풍’을 제거하고 경락을 잘 통하게 한다는 의미는 결론적으로 막힌 것을 뚫고 통하게 하여 여러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부수적으로 “사지관절의 통증을 치료한다”라는 말이 보통 뒤따라 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서 막히기 쉬운 곳은 어디일까요? 관찰도 비교적 용이하고, 일상생활에서 막힘으로 인한 증상을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렇죠? 앞서 말씀드린데로 바로 ‘혈관’입니다.

‘혈관’은 해부학적인 지식이 없던 아주 먼 고대인들도 출혈이 발생하는 부위를 보면서 얼마든지 혈액이 흐르는 통로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을테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쟁, 의식, 일부 진행된 해부 등을 통해 혈관은 막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귀라는 약재를 사용했을 때 이런 혈관의 문제로 인한 통증이나 증상이 완화,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당귀라는 약재의 특성을 혈관의 순환을 촉진하고 막힌 곳을 뚫어줌으로써 통증을 치료한다고 보게 된 것입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질환에 당귀를 경험적으로 써보면서 통증 뿐만 아니라 혈액, 혈관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부인 자궁병 및 출혈증, 임신, 유산, 타박상, 골절상 등)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축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서 당귀는 ‘혈병(혈병)의 성약(聖藥), 부인병의 성약’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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