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열 칼럼]직지를 초월해야 직지가 산다
[이세열 칼럼]직지를 초월해야 직지가 산다
  • 충청매일
  • 승인 2021.02.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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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책 직지는 1377년 청주에서 간행된 지 600년이 채 못 미친 1972년 세계도서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리고 1985년에 청주 흥덕사지가 발굴되고 1992년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설립되면서 비로소 수면(水面) 위에 떠오르게 된다. 특히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구텐베르크 42행 성서’와 같이 등재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각급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것은 물론 예술작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직지가 금속활자로 소량 다종의 인쇄를 위해 출발했다면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는 경제적 이익과 대중화를 목적으로 개발되어 인류 문명의 발전에 촉매가 됐다. 그래서 한국과 독일은 인쇄문화의 시원을 두고 경쟁구도보다는 씨앗과 열매를 서로 인정하는 관계가 유지되어 인류역사상 획기적이고 혁신적 디지털 혁명 발전에 기여하는 사례를 남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직지를 잊고 버리고 초월해야 직지가 산다. 최근에 조계종에서 직지 번역문 수정판과 청주시에서 추진하는 직지원본 복본화 사업 건은 과연 얼마나 직지의 가치 상승효과가 있을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10여 종이 넘는 직지 번역본이 개인과 기관, 종단 등에서 출간되었다. 또한 직지 복원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원하여 완료한 바 있음에도  미래성보다는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는 듯하다. 직지 번역은 개인 보다는 정부차원에서 직지 역자들과 연계하여 오늘날의 시각으로 풀이한다면 최상의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서양의 인쇄술 발명은 수많은 노력 끝에 성공하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이었음에도 감동은커녕 냉소와 멸시를 받은 적도 있다. 구텐베르크 인쇄술은 금속활자가 등장하고 50년 동안 유럽에서는 2천만권의 책자와 팜플렛이 쏟아지는 등 급성장 했지만, 직지를 간행한 우리나라는 오히려 출판 대중화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직지를 낳은 흥덕사만 해도 인쇄 발상지의 역사 현장으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아직까지 직지와 연관성은 찾을 수 없지만 중국의 항주에 있는 선종 10대 고찰 영은사(靈隱寺) 내에 있는 직지당(直指堂)과도 그 웅장한 볼거리에도 위축된다. 그리하여 전통적 복원보다는 문명사적 차원에서 새로운 시각의 상징적 흥덕사 재현이 요구된다.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라는 점보다 여기에 담긴 내용이 더 가치가 있다. 인간성 상실 시대에 자기성찰에 관한 매우 요긴한 가르침을 깨달아 일상 속에서 바로 마음을 가리켜 참된 성품을 지닌다면 밝은 사회가 열린 것이다. 직지에는 나눔의 정신, 베풂의 아름다움을 참뜻을 품은 올 곧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물꼬가 숨어있다.

디지털 시대에 있어 직지는 주도권 경쟁이나 대상이 아니라 상징의 존재로서 그 정신만을 살려야 한다. 우리는 이제 과거의 타임슬립(Time slip:시간여행)과 유행을 따르는 연구에  얽매이지 말고 인공지능(AI) 시대의 이상과 현실을 수용해 미래의 이익이 되는 신문명을 재창조하는 것이 직지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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