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해명’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에 대해서 대화를 녹취한 부분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으나, 전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성폭력 피해자에게 옷차림이 문제라는 황당한 비난에 불과하고, 물타기이자 본 사안의 본질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법조인으로서 보는 이 사안의 핵심 문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개인 김명수가 아닌 ‘대법원장’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거짓답변’을 보낸 부분입니다. 단정적으로 그러한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 떼다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자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송구하다고 합니다.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그래도 법원은 오로지 진실만을 보고, 그 진실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변호사로서 가끔 수긍하기 어려운 판결도 있지만, 그래도 법관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양심에 따라 내린 판결이라는 믿음은 있습니다. 위증죄의 판례를 보면, 잘 기억나지 않음에도 기억하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진술하는 것 역시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로써 ‘거짓답변’이고 위증죄로 판단합니다.

다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명시적으로 ‘정치적 고려’를 언급한 부분입니다. 법원은 독립해야 하고, 오로지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결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사실상 법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정치적 집권세력이라 할 것이므로, 사법부에 있어 ‘정치적 독립’은 필수적입니다. 법원의 역사에 있어서 정치적 독립을 이루지 못해 많은 과오를 범했고, 심지어는 사법살인이 이루어져 결국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정치의 ‘ㅈ’자도 고려되어서는 안되는 곳이 바로 법원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장 스스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정치적 고려를 한다고 밝힌 것은 충격적이고, 일선에서 정치적 독립에 입각한 업무수행을 하는 법관들에게 망신을 준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 많은 사건들이 ‘정치적으로 독립되어’ 오로지 법률에 따라 판결이 이루어진다고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법과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것입니다. 법원은 최후의 보루로써 오로지 법과 원칙만을 강조해야 하는 곳입니다. 정치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당시 징계가 마무리되고, 무죄판결을 받은 자가 사직을 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탄핵에 따른 정치적 고려를 언급하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법과 원칙에 어긋난 것이고,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짓밟은 행위입니다. 자칫 이는 인사권의 행사가 아닌 불법행위의 문제로 이어져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과연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법과 원칙의 준수를 강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에 상응하는 품격이 필요한 곳이고, 그 품격은 그 수장의 언행에서 비롯됩니다. 경솔한 행동 하나는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 법원 더 나아가 법조계 자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 경위야 어찌되었든 한 행위가 주는 의미가 너무나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