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난해 11월 5일, 공무원에 임용돼 청주시 푸른도시사업본부 산림관리과 산림휴양팀으로 발령받았다. 산림관리과의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으며 산림관리과에서 근무한 지 석 달이 돼간다.

내가 맡은 업무 중 하나는 등산로를 관리하는 것이다.

근무하기 전까지 등산로는 그냥 자연에 맡기는 줄로만 알았는데 등산로로 인해 들어오는 민원은 왜 이리 많단 말인가! 민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소라는 뜻이다. 민원 전화가 올 때 민원인은 단지 무엇을 원한다는 의견만 제시하고 끊지 않았다. 석 달 동안 받은 민원 10건 중 8건은 ‘우리 아내랑 매일 이곳에 오는데’, ‘몸이 아프고 나서 체력 단련하려고 매일 등산을 하는데’, ‘경치가 좋아서 이 산에 자주 오는데’ 등 산과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말하며 전화를 시작한다. 이런 말들을 듣다 보면, 등산로 관리라는 업무에 대한 사명감이 불끈 솟아오른다.

산림 관련 학과를 나왔지만 나에게 산림은 학문의 대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그런 줄로만 알았다. 나의 생각과 달리 산은 누군가에겐 도전의 장소였고,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즐거움이자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따뜻한 장소였다. 이 사실을 등산로 관리 업무를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

등산로 관리를 하며 또 하나 놀라웠던 사실은 우리가 이용하는 등산로가 그냥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청주시에 있는 등산로 대부분은 사유재산으로, 소유자의 동의 없이 자연스럽게 난 길 대부분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뿐이다. 과거에는 공공의 개념으로 그냥 오르내렸던 산이었을지라도 요새는 등산로 한가운데에도 소유자가 길을 통제하면 시에서 강제적으로 등산로를 개설해 달라고 할 수 없다. 등산로 시설 보수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안내판, 이정표, 배수로 등 설치할 때도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우리가 오늘도 이용하고 있는 등산로는 소유자의 이해와 아량을 바탕으로 누리고 있는 소중한 장소임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마음이 지친 사람이 너무 많다. 지친 사람들에게 청주시의 산이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우리 모두는 등산로를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더욱 등산로를 아껴 쓰기를 소망한다. 함께 쓰는 시설물을 훼손하고,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등산로 유지 관리에 큰 걸림돌이 된다. 머물러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산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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