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13부 북진에서 민란이 시작되다(994)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13부 북진에서 민란이 시작되다(994)
  • 충청매일
  • 승인 2021.02.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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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농민들 피 빨어 처먹는 소굴이 관아여!”

“개 코를 달았는지 쥐뿔이라도 생길라치면 득달같이 들이닥쳐 싹쓸어가니……”

“차라리 뺏길 것도 없이 부랄 두 쪽만 차고 사는 게 마음이 편해. 그리고 뭐라도 생기면 얼른 뱃속에 처넣는 것이 상수여. 뱃속에 들어간 거야 제놈들도 어쩔거여.”

북진에서 열리는 농민도회에 모인 농민들은 환곡에 대한 불만이 대단했다. 그러나 농민들이 착취를 당한 것은 환곡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비록 고리의 환곡이었지만, 낱알이라도 얻어먹고 뜯긴 것은 덜 억울했다. 장정의 군역을 면제해주는 대신 베로 대신 내던 군포의 폐단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생각도 못할 지경으로 기상천외했다.

“여러분들, 내 말 좀 들어보시우! 우리 마을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해 군대를 가면 죽어서도 집으로 못 돌아온다우. 왜 그런지 아슈! 글쎄 우리 마을에 군포가 내려왔는 데 십수 년 전 죽은 아버지 것도 나오고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들놈한테도 군포를 물리고 있소. 이러다 거시기도 없는 마누라하고 여식들 군포만 나오면 우리 집은 몽땅 군졸 집안이라오!”

농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을민들은 관아의 황당한 일 처리에 박장대소를 했고, 푸념을 늘어놓던 당사자도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군포 얘기라면 내 얘기도 한번 들어보소! 몸뚱아리는 하난데 팔다리가 따로 군에를 가야 한다우. 제놈들이 사사로이 군포는 몽땅 축내놓고 그걸 벌충하려고 도망간 한마을 장정 것을 마을사람들한테 물리고, 도망간 지 언젠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것까지 일가나 이웃사람들에게 덮어씌우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이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를 나같은 늙은이한테도 군포가 나왔으니 나 원 참, 기가 맥혀서”

“죽어 뼈만 앙상한 묘 속 백골한테도 나오는 데, 노인장이야 한참 더 내야쥬!”

“노인장도 고생 끝나려면 멀었겠수다.”

젊은 것들이 수염이 허연 노인을 놀려먹었다.

북진의 농민도회에 모인 농민들의 푸념과 한탄은 끝이 없었다.

“오늘 도회에 모인 고을민들께서는 도회소에서 준비한 약간의 양식을 드릴테니 돌아가시는 길에 가져가시고, 이 장소에 남아계시는 분들은 저녁을 준비 중이니 함께 드시기 바라오!”

날이 저물어도 고을민들의 불만이 끝나지 않자 다음날 다시 도회를 열기로 하고, 첫날 북진에서의 농민도회는 끝이 났다. 북진여각의 동몽회원들이 군데군데 화톳불을 피우고, 장터거리 주막에서 나온 주모들과 마을 아낙들이 도회 장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솥단지를 걸고 국밥을 끓였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갔지만 아직도 장마당 도회장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관아만 우리를 죽이는 게 아니여, 양반·지주 놈에 이젠 마름 놈들까지 지랄이여!”

“자네, 북하리 김 부자네 마름 놈 알지? 왜 있잖은가, 괭이 같이 생긴 놈!”

“종술인가 뭔가 하는 그놈 말이지?”

“그 괭이 같은 놈의 새끼가 어제 저녁에 우리 집에 왔더라구.”

“왜?”

“냄새를 맡고 왔겠지.”

“생선 구어 먹었냐?”

“정신없는 놈! 땟거리가 궁한데 무슨 생선이여!”

“그럼?”

“어제 우리 아들놈이 일 년 세경으로 쌀 두 섬을 받아왔거든. 글쎄, 그걸 꿔달라는 거여.”

“그래 어떻게 했는가?”

“내년 소작을 빌미로 은근히 협박을 하는 데 별수 있는가? 내줘야지.”

“애 거시기에 붙은 밥풀을 떼쳐먹지. 지랄 같은 놈의 세상! 확 난리나 나던지.”

“난리가 나면 그런 놈부터 싹 쓸어서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거여!”

“모가지만 비틀어서는 분이 안 풀리지. 나는 불구덩이에 던져버릴거여. 그래야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갈 것 같구먼.”

“그 김 부자 놈 곡간에는 쌀이 수백 석이나 쌓여 있디야. 그게 뭔 쌀이겠어. 소작인들 등쳐서 모은 쌀 아니겠어?”

“그런대도 어째 관아에선 벌을 주지 않는지.”

“벌은 무슨 놈의 벌! 그놈들이 모두 한 통속인데 누가 누굴 벌을 줘. 뒤로 돈 받아 처먹고 더 뜯으라고 외려 감싸주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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