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인생 처음 자취생활을 시작하면서 물건을 옮기고 정리하다가 지쳐 잠든 첫날밤, 잠이 올까 걱정하던 게 무색하게도 피곤에 묻혀 금방 잠에 빠져버렸다.

실제 자취생활은 어느 드라마·영화처럼 아름답고 재미있진 않았다.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기에 더 부지런해져야만 했고 성인이 되면 모든 것이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도 새로운 것들은 늘어만 간다. 늘 당연하게 있던 그 자리에 있던 수건이 없고, 냉장고는 텅 비었으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됐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세탁기가 동파됐을 때이다. 처음에는 세탁기를 돌려도 물이 안 나와서 너무 당황했다. 살펴보니 세탁기로 들어가는 호스가 꽝꽝 얼어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동파에 안절부절못하고 호스를 빼다가 세탁실을 물바다로 만들 뻔했지만 다행히 잘 해결해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다시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나는 것 같다.

혼자 살면서 늘 생각하지만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엄마에 대한 존경심이 커져만 가는 두 달 동안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좋았던 순간들도 많았다. 개·고양이 털 알레르기로 인해 동물은 키울 수 없지만 반려 식물을 키우고 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서 역시 뭘 키우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 반려 식물과 함께 상추와 대파, 방울토마토를 심었는데 벌써 새싹이 나왔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떠들썩한 말소리보다 고요한 적막이 더 익숙해질 무렵 나는 나를 잘 알게 됐다. 드라마보다 예능이 더 좋고 눈치 보느라 못했던 기타 연습도 하고 먹고 싶던 음식들도 하나하나 만들어보는 재미도 알고 식물을 키우는 뿌듯함도 느끼고, 자취하면 게을러질 줄 알았는데 더 부지런해지고 더 규칙적으로 살게 됐다.

아직 할 게 너무나 많다. 살면서 한두 번 해본 밥을 이젠 매일 한두 번은 하게 됐고 일주일에 하루 치던 기타는 일주일에 하루 빼고 매일 치고 있고 자주 안 했던 집안일은 자주 하게 됐다. 새로 배우고 싶은 것들도 늘어만 간다.

가족과 함께이고 당연했던 생활이 이젠 내가 중심이 돼 내 시간을 온전히 쓰게 되면서 힘들 것 같았던 자취생활은 지금 매우 재미있다.

개개인 모두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지만 나는 혼자 사는 것을 추천한다. 혼자 살아가면 그동안 몰랐던 힘을 가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두 다 다른 이유로 혼자 살고 있는 1인 가정들이 행복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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