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문학작가회
수필가

[충청매일]

정(情)에 대한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귐이 깊어감에 따라 더해지는 친근(親近)한 마음이라 했다. 그래서 정 때문에 살고 정 때문에 울고 웃는 인생의 삶에 저변을 흐르는 지하수 같은 것 그것이 정이 아닐까.

서로가 좋아서 만나 살지만 돌아서면 남보다 못한 부부의 정, 한 콩깍지 속에 운명으로 태어난 형제간의 정, 타오르는 불꽃같은 남녀 간의 정, 어려서부터 사귄 죽마고우(竹馬故友)이여할 우정, 하늘이 맺어준 부모 자식 간의 정, 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향을 그리는 정, 사물에 애착을 느끼는 물정(物情), 동물을 기르다 생긴 기른 정 등 정 들기에 따라 인생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실향민들은 얼마나 고향이 그리울까? 그리워도 못가는 정을 가슴에 담고 세상을 원망하며 살다 한 많은 세상을 떠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내가 낳은 자식도 키우기 힘 드는데 피 한 방울 썩이지 않은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존경심이 절로 든다.

2019년 우리나라에서 입양된 장애아는 163명이었다. 이중에 112명은 해외로 입양 되었다. 국내보다 해외가 더 많았다. 입양은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런데 지난 1월 18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입양을 취소하거나 마음에 안 들으면 입양아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은 물론 국민들은 “아이가 반품하는 물건이냐, 애완견도 그렇게는 안한다”며 정인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는 비판이 쏟았다.

지금은 다민족 다문화 사회(전 인구의 4.3%)로 변질되어 입양하는 아이도 많아서 혈육의 정도 퇴색되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낳은 정, 기른 정이 따로 있다고 한다. 낳은 정은 내 혈육지친이기 때문이지만 기른 정은 기르면서 정을 쏟은 마음이 깊어지기 때문에 어찌 보면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친근함이 더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엄마의 기른 정은 모성의 호르몬 때문이라 한다. 아이를 낳으면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그게 모성애의 원천이라 한다. 젖을 먹일 때 다량이 분비 되는데 그것이 자식과의 애착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예부터 자손이 먼저 죽으면 참척(慘慽)이라 하여 최악의 불효다. 요즘 부모가 자식의 목숨을 빼앗는 비극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모두 어머니의 소행이다. 한 여성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혹한에 탯줄도 끊어지지 않은 채 쓰레기 더미에 버리고, 어떤 여성은 여덟살 딸의 호흡을 막았다. 제 손에 숨 막혀 죽어가는 아이의 눈빛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천륜을 저버리는 악마 같은 엄마들에게도 저마다 사연은 있겠지만 가족해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생활이 어려워 조울증에 빠지면 공감능력을 잃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의 어머니들은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이라해도 모성애를 저버린다는 것은 변명일 수밖에 없다. 가족 관관계도 너무나 비정(非情)하게 변해간다. 살기 어렵다고, 돈 몇 푼 때문에 귀중한 인명을 살상하고, 치정(癡情)에 얽힌 성폭력, 부정부패로 얼룩진 공직사회비리, 권력투쟁, 차라리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사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다.

정(情)이 없는 세상! 물 없는 사막과 무엇이 다를까. 하루속히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서 경제가 되살아나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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